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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인류 진화, 근육 줄고 지방 늘고 피부 얇게

[기타] | 발행시간: 2015.06.16일 16:22

[한겨레] 인간과 가장 가까운 보노보와 해부 비교

직립 보행·뇌 활동·체온 유지 위해 선택

인류는 지난 400만~500만년 동안 자연선택이라는 진화 과정을 통해 오늘날의 몸 형태를 갖추게 됐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과 같은 형태로 진화했을까? 과학자들은 인류의 이 진화 과정을 밝혀내기 위해 주로 화석을 연구해오고 있다. 화석에는 초기 인류의 뼈와 이빨 등 골격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분석해보면 인류의 몸틀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화석에는 뼈 같은 경조직만 남아 있을 뿐, 근육이나 피부 같은 연조직은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장기나 근육, 피부 같은 부위의 진화에 대해서는 그동안 거의 깜깜이었다. 이는 지방과 근육이 몇 퍼센트인지, 그리고 그것은 신체 어느 부위에 있는지, 장기는 어떻게 생겼는지와 같은 것들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인간의 진화 과정을 정확히 알려면 이에 대한 정보가 뒷받침 돼야 한다.

 최근 미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대의 애드리엔 질만(Adrienne Zihlman) 교수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에서, 인간이 오늘날의 모습으로 진화하게 된 단서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단서를 찾아낸 방법은 진화계통도 상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판(Pan) 속의 보노보 유인원과 인간의 주검을 해부해 비교 연구를 통해서다. 침팬지와 함께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보노보는 하루의 대부분을 나무 위에서 보내며 과일과 잎 따위를 따 먹고 지내는 유인원이다. 집단생활을 하고, 배란기가 아닌 평소에도 성행위를 즐기며, 선사시대의 인류처럼 모계사회를 이루고 사는 점 등 인간과 비슷한 점이 많다.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유전자의 98%가 인간과 일치한다.

 연구진은 지난 30년에 걸쳐 자연사한 보노보 13마리의 주검을 수집해 이들의 몸에서 지방과 근육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했다. 아프리카 콩고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보노보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 주검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동물이다. 질만 교수는 “운좋게도 1년 전 밀워키 동물원에서 냉동상태로 보관돼 있는 보노보 3마리의 주검을 한꺼번에 구할 수 있었는데, 보관상태가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보노보에서 얻은 데이터와, 연구를 위해 기증받은 49명의 사람 주검에서 수집한 데이터들을 비교했다.

 그 결과 보노보는 인간보다 체내 지방이 매우 적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동물원 우리 안에 갇혀 몸을 많이 움직이지 못했던 보노보들조차도 그랬다. 또 대체로 보노보는 인간보다 상체 무게는 더 많이 나갔고, 다리 근육은 적었으며, 피부 조직은 더 두꺼웠다. 전체 몸무게에서 피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적으로 보노보가 10~13%, 인간이 6%였다.



 이런 차이는 왜 생겨났을까? 연구진은 보노보와 인간의 이런 차이는 초기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직립보행을 하려면 더 많은 다리 근육과 지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시 이리저리 떠돌며 수렵채집을 하던 초기 인류는 먹을 것이 부족한 시기에 굶어죽지 않기 위해 몸 안에 지방을 저장해 놓아야만 했다. 특히 여성들은 자녀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지방을 더 많이 저장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인간의 경우 체지방률이 여자는 36%, 남자는 20%에 이르렀다. 반면 보노보의 경우엔 체지방률이 암컷은 4%에 불과했고, 수컷은 거의 0%에 가까웠다. 과거 나무를 탈 때 필요했던 상반신 근육은 인간에겐 불필요한 조직이 됐다.

 연구진은 또 인간의 얇은 피부는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가 땀을 흘리는 능력을 얻은 때와 같은 시기에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나무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초기 인류는 나무 그늘을 벗어났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땀을 흘리는 능력을 발전시키게 됐는데, 이것이 인간이 얇은 피부를 갖게 된 배경이라는 것이다. 땀은 몸을 식혀줌으로써 열대 아프리카의 덥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곳에서 초기 인류가 더 오랫동안 일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질만 교수는 “침팬지와 보노보도 땀 분비기관은 있지만 실제로 기능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인체 연조직의 이런 진화 과정은 인간의 뇌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앞서 진행되기 시작한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아프리카의 더운 사바나기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다. 이후 인류의 뇌가 커지기 시작한 건 200만~170만년 전부터로 알려져 있다. 커진 뇌가 활동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인간은 그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더욱 더 많은 체지방을 몸 속에 저장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골격근에 비해 16배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더구나 인간의 뇌 크기는 영장류의 3배나 된다. 영장류의 뇌는 다른 포유류의 3배이다. 이를 에너지 소비량으로 바꿔 비교해 보면, 인간의 뇌 대사량은 안정시대사율(RMR=resting metabolic rate,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의 대사량으로 보통 기초대사량의 1.2배)의 20~25%에 이른다. 영장류의 뇌는 8~10%, 다른 포유류의 뇌는 3~5%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하필 지방일까? 지방은 여러 영양소 가운데 발산하는 에너지가 가장 많다. 인간의 3대 필수영양소로 꼽히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가운데서 지방은 1그램당 열량이 9칼로리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1그램당 4칼로리)보다 2배 이상 높은 에너지를 낸다.

 한마디로 말해, 지방은 먹을 게 부족했던 시기에 초기 인류의 생존력을 높여주고 커다란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줌으로써 인류가 지구 최고의 생물종으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에너지원 역할을 해온 영양소인 셈이다. 하지만 영양 공급원이 풍부해진 오늘날 지방은 기피 영양소로 찍혀 있다.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비만을 부르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탓이다. 인류 진화사가 보여주는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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