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로 집에 들어가 샤워 중인 여성을 체포한 미국 경찰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체포된 여성은 무혐의로 풀려났으나, 자신의 인권이 침해당했다며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다.
미국 ABC 15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있는 한 가정집에 경찰관 2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앞서 부부싸움이 발생했다는 누군가의 신고전화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에스메랄다 로시는 샤워 중이었다. 딸에게 “경찰관이 왔다”는 말을 들은 로시는 현관문을 열어 앞에 선 더글라스 로스와 그의 동료를 발견했다.
출동 경위를 몰랐던 로시는 “휴대전화를 가져올 테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했으나, 경찰관들은 막무가내였다. 이들은 로시가 발을 떼자 “멈춰! 멈추지 않으면 체포하겠다!”고 소리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강제로 수갑을 찬 로시는 “날 건들지 마!”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경찰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특히 로스는 “전혀 옷을 입지 않고 있군”이라며 “엄마는 샤워 중인데 아이는 뭘 하고 있었니?”라고 로시의 딸에게 질문도 던졌다. 그는 “보아하니 당신에게는 한 가지 혐의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여기가 당신의 집이든 상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로시는 20년 경력의 경찰관이다.
로시의 딸이 촬영하고, ABC 15가 공개한 영상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네티즌들은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로시의 변호인 마크 빅터는 “경찰은 불량했다”며 “매우 야만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라도 경찰이 함부로 집에 들어온다면 불쾌할 것”이라며 “로시는 경찰에게 화를 낼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내부 조사에 들어간 챈들러 경찰은 로스가 로시의 집에 불법 침입했다고 판단했다. 또 그가 체포 과정에 대한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로시의 무혐의를 확정했다.
로스는 파면됐다. 다만, 로스와 함께 출동했던 동료 경찰관은 소동에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처벌은 면했다.
로시는 “속수무책으로 경찰들에게 당했다”며 “매우 기분 나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말하면 성희롱까지 당한 느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소송과 관련한 매체들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ABC 15 영상화면 캡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