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뉴시스
“유럽으로 오지 마시오.”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유럽이 난민들을 향해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을 더 이상 수용하기 버거운 데다 난민 문제로 인한 유럽 내 갈등이 심화되면서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은 3일(현지시간) “가난과 불편을 피해 도망친 난민에게 유럽은 해답이 아니다”면서 이같이 단호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그리스 아테네를 방문한 투스크 의장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만난 뒤 난민 신청자가 아닌 ‘경제적 이유에 따른 불법 이주자’가 추방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에 따른 불법 이주자와 난민 신청자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 “불법 브로커들을 믿지 말고 돈과 생명을 걸지 말라.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투스크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유엔이 향후 수주 내 그리스에 갇힌 난민의 수가 7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마케도니아 이북의 동유럽 발칸 국가들이 난민 이동을 가로막으면서 현재 그리스에는 3만명 이상의 난민들이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투스크 의장은 그리스가 곤경에 처한 데 대해 “바다를 건너는 난민 수를 어떻게 줄일지 고민하라”며 터키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날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와의 회담에서 투스크 의장은 “유럽으로 밀려드는 난민들이 여전히 지나치게 많다”면서 “유럽 국가들에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리스에 도착한 불법 이주자들을 다시 배에 태워 터키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국가들이 난민 문제에 대해 경제적·인도주의적 부담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터키는 지난해 11월 지중해를 통한 난민들의 유럽 유입을 저지하도록 노력하는 대가로 EU에 30억 유로(약 4조원)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한편 독일에선 베를린 필하모닉과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국립가극장 관현악단 등 독일 최고의 오케스트라 3곳이 2200명의 난민을 초청해 무료 환영 콘서트를 열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이반 피셔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인 이반 피셔는 아랍어로 “새롭고 관대한 유럽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국립가극장 관현악단에 있는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등은 성명을 통해 “9·11 테러 이후 세 오케스트라가 함께 모여 난민들과의 연대를 보여주는 첫 번째 순간”이라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