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총기난사 사건 생존자 페이션스 카터(20가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AFP= News1
생존자, 테러범 협상중 IS에 충성맹세해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미국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오마르 마틴(29)이 범행 당시 "나는 흑인과는 별 문제가 없다"며 인질 가운데 흑인은 살려줬다는 생존자 증언이 나왔다.
올랜도센티넬에 따르면 이번 사건 생존자인 페이션스 카터(20·여)는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병원에서 진행된 생존자 기자회견에 나와 직접 이같이 증언했다.
필라델피아 출신 카터는 방학을 맞아 사촌인 아키라 머레이(여), 친구 티아라 파커(여)와 올랜도를 방문했다.
이들은 사건이 일어난 12일 밤 '펄스' 나이트클럽을 방문했다가 마틴의 인질이 됐다. 펄스 클럽을 찾은 이유는 단지 구글에서 최고의 클럽으로 검색됐기 때문이었다.
이 선택으로 카터와 친구 파커는 목숨을 건졌으나 다리에 총상을 입었으며, 사촌 머레이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클럽안에서 마틴의 쏜 총에 두 다리를 맞은 카터는 겨우 화장실로 피신했지만 결국 마틴에 인질로 붙잡혔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카터에 따르면 마틴은 화장실에서 인질들에게 "여기 혹시 흑인이 있나"고 질문한 뒤 한 흑인이 대답하자 "나는 흑인과는 별 문제가 없다. 이것은 내 조국과 관련된 일이다. 당신들은 이미 충분히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카터는 자신은 너무 두려워 당시 대답할 수가 없었으며 머레이, 파커와 함께 바닥에 겁에 질려 웅크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역시 총상을 입고 피를 흘리고 있던 머레이는 숨은 쉬고 있었지만 이미 의식은 없었다.
카터는 또 마틴이 경찰과 협상 과정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하면서 미국이 자신의 조국을 공격해 범행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마틴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부모를 둔 미국인이다.
카터는 마틴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기 전 클럽 안에서 인질 2명을 추가로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카터와 머레이는 마틴의 총격이 시작되자마자 클럽을 빠져나왔으나 파커를 찾기 위해 다시 클럽에 들어갔다가 마틴에 인질로 잡혔다고 설명했다.
카터는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너무 무겁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간 곳이 인생 최악의 순간이 됐다"고 말했다.
생존자 엔젤 콜론(26)©AFP= News1
또다른 생존자 앤젤 콜론(26)도 이날 회견에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사건 당시 죽은 척을 해 목숨을 건진 공포스러웠던 상황을 증언했다.
다리에 세발의 총상을 입은 콜론은 "총을 맞고 누워있는데 도망치는 사람들이 나를 밟고가면서 왼쪽 다리 뼈가 부러져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자리에 누워있는 것 뿐이었다"고 말했다.
콜론은 마틴이 클럽 안에서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고 난 뒤에 무대 위에서 이미 사망한 사람에 확인사살까지 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콜론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가 총을 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총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내 바로 옆에 소녀까지 총에 맞자 '다음은 나구나, 나는 죽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틴은 콜론 역시 살해하려 했다. 그러나 엉덩이와 손에 총을 맞아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콜론은 "총에 맞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그저 누워있었다"고 말했다. 콜론은 범인 마틴에 대해 "무자비한 냉혈한 같았다"며 "살인을 즐기고 있었다"고 묘사했다.
병원 측은 사건 이후 치료를 받고 있는 생존자 27명 가운데 6명이 현재 매우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 담당의 마이클 치텀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환자 가운데 6명은 매우 심각한 상태"라며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올랜도 센티넬은 또다른 생존자 6명은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