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사 등 기능 자격증 따면 유효기간 없이 장기체류 가능…
2년 새 6만명 급증 인기몰이
(흑룡강신문=하얼빈) “전단지에 합격률을 허위로 표기하고, 행정사나 여행사를 통해서 무차별적으로 중국동포 수강생을 모으는 곳도 많잖아요. 우리는 전단지 광고도 안 하고 수강생 모집을 위해 소개비를 주지도 않는데 억울해요. 너무하는 것 아닌가요.”
▲ 7일 서울 남부교육지원청 직원들이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F4 비자 취득을 위한 자격증 관련 기술 학원을 방문해
위반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인근의 한 기술학원 원장이 무고함을 호소했지만 ‘F4’(재외동포 비자)와 관련해 단속을 나온 서울 남부교육지원청 강병도 주무관은 “합격률에 대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벌점 부과 대상이 확실하다”고 잘라 말했다. 강 주무관은 벌점 20점을 부과했다. 같은 사안으로 벌점이 쌓여 30점을 초과하면 교습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학원에서 버섯종균기능사 및 세탁기능사를 따기 위한 자격증 수업이 한창이었는데 학원 입구와 내부에 붙인 ‘기능사 합격률 95%’이라는 문구가 문제였다.
교육청의 지도점검관들은 이날 중국동포들이 F4 비자를 위해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대림 2동의 기술학원들을 대상으로 허위·과장 광고, 현금영수증 미발급, 수강료 미표시 등을 확인했다. F4 비자를 원하는 동포들이 급증하면서 최근 기술학원들이 무자격 강사를 채용하는 등 위법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림2동에만 해당 기술학원이 34곳이나 밀집해 있었다. 이곳의 경우 주민 2만 4266명(3월 기준) 중 34.5%가 중국 동포다.
F4 비자는 2012년부터 법무부가 중국 및 구(舊) 소련지역 동포 가운데 대학졸업자, 기업대표, 기능사 이상 자격증 소지자, 만 60세 이상 등 단순노무직에 종사할 가능성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장기체류 비자다. 유효기간이 없어 3년마다 갱신하면 계속 우리나라에 체류할 수 있다. 2014년 28만명이던 F4 비자 소지자는 2015년 32만명으로 늘었고 지난 5월 기준으로 34만명으로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중국동포는 25만 2000명으로 F4 비자 소지자 중 74.1%에 이른다.
최근에는 공사장이나 식당 등 단순노무직을 유지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F4 비자 시장이 과열되면서 중국동포에게 ‘공인기능사 자격증 학원’을 알선해 주고 소개비를 받는 ‘행정사’(비자발급 대행업체)의 과장 광고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지하철 2호선 대림역을 나온 강 주무관은 바로 대여섯 장의 전단을 받았다. 전단에는 ‘동포 F4 전문학원’, ‘비자 변경이 가장 쉬운 과목 제빵기능사’, ‘필기 없는 건설현장 자격증’ 등이 적혀 있었다. 강 주무관은 전단에 있는 행정사에 일일이 전화해 “학원도 아닌 행정사에서 이렇게 전단을 배포하시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는 “학원들이 무분별한 광고를 하고, 행정사나 여행사에 과도한 소개비를 주면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결국 피해는 동포들에게 돌아간다”며 “다음달까지 전체 기술학원을 순차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