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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앞둔 우면산 주민들 “빗소리만 나도…”

[기타] | 발행시간: 2012.05.29일 09:58

인부들과 공사 차량들이 28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우면산 제1공구 현장에서 막바지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현장/ 작년 산사태 아직 복구중

시 “배수로 탓” 결론 수로건설

전문가들 크기좁아 효과 의문

공사도 늦어져 마감시한 늦춰

산정상선 군부대-마을선 구청

비유기적인 공사 체계도 불만

주민들 “빗소리 나도 심장두근”

‘세 개의 손가락’으로 심하게 할퀸 흉터가 우면산을 세로로 구획하고 있었다. 28일 오전 찾아간 서울 서초구 우면동 우면산 곳곳은 각종 공사차량과 인부로 붐볐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우면산은 지금쯤 ‘여름 나기’ 채비를 마쳤어야 했다.

지난해 7월27일 폭우와 함께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로 18명이 숨졌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1~3공구, 서초구가 4공구를 맡아 2012년 5월까지 산사태 대비 공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 등 이상기후로 여름 대규모 폭우가 예상치 못하게 일찍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공사를 마무리한 뒤 지반이 안정화될 최소한의 시간도 필요했다.

기상청은 올여름 장기예보를 통해 “강우량이 예년보다 많고 국지성 호우가 자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제2의 우면산 사태가 발생할 기후적 조건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서초구가 관할하는 우면산 4개 공구와 서초구가 단독으로 맡은 인근 마을 정비 공사는 6월을 앞두고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했다.

7명이 희생된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의 경우, 애초 배수로 공사를 5월 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6월30일로 한달 연기됐다. 집중호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 직전에야 공사가 끝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1~4공구의 돌수로·사방댐 등의 주요 시설 공사는 거의 끝났지만, 6월 중순까지는 수로 주변을 다듬거나 공사 현장을 정리하는 등 마무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사 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형 수로였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우면산 산사태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배수로가 막히고 폭우로 쓸려온 나무가 댐 역할을 하다 터지듯 쏟아졌기 때문”에 산사태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진단에 따라 새로 수로를 파는 공사를 진행했다. 비가 많이 와도 수로를 통해 흘러내려가게 만들면 된다는 발상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우면산 12개 산사태 피해 지역에는 현재 수로 50여개가 지어졌다. 수로의 중간중간에 흘러내린 토사를 채워두기 위한 사방댐 22개도 지었다.

그러나 수로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50여개의 수로는 폭 2~10m 정도다. 수로를 따라 내려온 빗물은 산 아래 집수장으로 모인다. 그런데 집수장으로 향하는 배관은 직경 1m다. 이날 우면산 공사 현장에 동행한 이수곤(59)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과)는 “대규모 수로를 만들어 봤자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크기는 1m 남짓밖에 되지 않아 지난해와 똑같은 상황”이라며 “저곳에 토사와 나무 등이 쌓이면 결국 다시 산사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면산 산사태 복구 자문을 받기 위해 지난해 말 서울시가 꾸린 민관합동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산사태 전문가다.

우면산 아래 마을에서 벌어지는 공사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방배동 전원마을에선 산에서 내려온 물이 모여 빠져나가도록 하천 정비 공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 마을 주민 100여명은 “공사중인 하천의 상류보다 하류가 더 좁아 물이 쉽게 범람할 수 있다”며 재공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이달 초 서초구청에 넣었다. 물빠짐을 위한 하천을 만들긴 했는데, 하류의 폭이 상류보다 좁으니 오히려 하류 주변에서 수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마을 주민인 이아무개(62)씨는 “이것은 재난을 막겠다는 게 아니라 마을을 아예 커다란 저수지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공사”라며 크게 화를 냈다.

이런 불만은 우면산 주변에서 만난 주민들의 공통적 정서였다. 그 배경에는 관계 당국에 대한 불신이 있다. 특히 지난해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우면산 산사태는 천재”라는 당시 서울시의 진상조사 발표를 여전히 납득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아들을 잃은 임방춘(65)씨는 주민 3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청원을 제출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아닌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재조사해달라는 청원이다.

우면산 공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8월 초다. 산사태 발생 이후 2주 만에 각종 수로 공사가 시작됐다. 산 정상은 공군 부대, 수로 공사는 서울시, 마을 정비는 서초구 등이 따로 벌여 왔다. 체계적인 원인 규명에 따라 산 정상부터 산기슭과 산 아래 마을 및 하천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진행되는 공사는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임씨는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도 하지 않고 어떻게 사고 방지를 위한 공사를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느냐”고 물었다. 현재까지 우면산 복구 공사에는 420억여원이 투입됐다. 흘러내려간 토사를 보충하려고 외지에서 가져온 돌과 흙을 덮고, 그 위에 새로 잔디를 심는 공사의 비용도 포함돼 있다.

이날 우면산 주변에는 소나기가 간간이 내렸다. 비가 내릴 때마다 주민들은 우면산을 바라봤다. “빗소리만 나도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아주 짧은 소나기만 내렸는데도, 이날 찾아간 우면산 수로 공사 현장 주변의 돌멩이는 자꾸 부스러졌고, 갓 심은 잔디는 힘없이 미끄러졌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한겨레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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