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86) 즉위 60주년(다이아몬드 주빌리) 기념행사가 이번 주말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후계자 문제가 새삼 관심사가 되고 있다. 찰스 왕세자가 왕위세습 1순위를 지키고 있지만, 윌리엄 왕세손의 인기가 점점 더 높아지면서 여론의 추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
여론조사기관 입소모리의 조사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이후 누가 왕위계승자가 되어야 하는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51%가 찰스 왕세자, 40%가 윌리엄 왕세손을 꼽았다. 찰스 왕세자의 지지도가 51%란 점은, 한때 급추락했던 인기가 상당히 회복됐음을 나타낸다. 특히 영국 왕위세습법 및 전통을 국민다수가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윌리엄을 지지하는 응답자도 40%에 이르는데다가, 젊은 응답자일수록 찰스 왕세자를 건너뛰고 윌리엄이 왕위를 계승해야 한다는데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물론 여왕은 생존 시 왕위세습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다만 지난 9월 의회연설에서 왕위세습법을 21세기에 맞게 수정해 국왕 부부의 첫 번째 자녀가 왕위를 세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윌리엄 왕세손 부부 사이에서 맏딸이 태어날 경우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게 된다.
영국은 오는 6월2일부터 5일까지 여왕 즉위 60주년 연휴를 맞는다. 최고 하이라이트는 5일 런던의 세인트폴 성당에서 열리는 기념미사와 웨스트민스터사원부터 버킹엄궁까지 이어지는 마차 행진이다. 행진이 끝난 후 여왕은 버킹엄궁 발코니에 가족과 함께 나와 환호하는 국민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 앞서 6월3일에는 템스강에서 약 1000대의 보트가 참가하는 보트경기대회 장관이 연출되며, 4일에는 버킹엄궁 앞 공원에서 대규모 피크닉파티와 콘서트가 열리고, 약 4000개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게 된다.
1953년 6월2일 대관식을 치른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 역사상 최고령 군주이며, 1837년 즉위해 64년간 재위한 빅토리아 여왕 이후 115년 만에 다이아몬드 주빌리를 맞은 두 번째 군주이다. 여왕은 1952년 2월6일 아버지 조지 6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지만, 이날은 선왕의 기일이기도 해 공식휴가주간은 6월 첫 번째 주말로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