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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민의 축구話] 폴란드-우크라이나는 정말 저주받은 땅인가?

[기타] | 발행시간: 2012.06.06일 00:00

[스포탈코리아] 개그맨 김원효의 “안돼~”가 한창 인기를 끌었다. ‘안돼’ 태도의 밑바탕에는 편견이 두껍게 깔려있다. 가능 여부를 알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역시 직접 해보는 것이다.

유럽 축구 최정상을 가리는 유로2012의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멀리 떨어져있는 한국에서야 기대 충만이다. 멋진 플레이와 박진감 넘치는 경기만 느긋하게 즐긴다. 시고 쓰고 떫은 맛을 모두 걷어내고 달고 맛있는 알맹이만 쏙 빼먹는 식이다. 누가 잘하고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지에 대한 난상토론이 즐겁기만 하다. 그런데 막상 대회가 치러지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현장은 그리 편치 않다. 그런 판타지를 망치려는 흉악범 탓이란다. 바로 인종차별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서방언론에선 개최지의 인종차별 관련 보도가 유난히 많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흑인 선수들 가족이 우크라이나 여행을 포기했다고 한다. 인종차별 폭력이 두렵다는 이유다. 양국 경찰이 안전 유지를 위해 동원한 장비들을 보면 전쟁 준비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축구 축제가 벌어질 양국 도시 곳곳에는 인종차별 그래피티가 건물 벽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주 영국에서 방영된 ‘BBC 파노라마’(시사 프로그램)가 하이라이트였다. 양국 축구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폭력이 여과 없이 TV시청자를 찾아갔다. 이런 보도 퍼레이드는 자연스레 사람들의 머릿속에 “도대체 왜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큰 대회를 치르는 걸까?”라는 의문을 심는다.

물론 근거 없는 보도는 아니다. 유럽에선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특히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악명 높다. 이곳의 폭력 코드는 인종차별에만 그치지 않는다.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는 물론 ‘우리 편 아니면 다 죽어버려’라는 살벌한 이분법이 통용된다. 상대를 윽박지르는 축구 응원 특유의 문화가 적개심 표출 심리와 잘 맞아떨어진다. 인종차별에 대한 둔감함까지 겹쳐 축구 경기장에서 폭력 축제가 펼쳐진다. 같은 팀을 응원하는 인도 유학생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두들겨 맞는다. 아무도 안 도와준다. 흑인 선수를 향한 원숭이 울음 소리는 일상이 되었다. 이런 곳에서 유로2012라니!

잠깐, 어딘가 낯이 익다. 2년 전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FIFA월드컵이 개최되기 직전 분위기와 비슷하다. 서방 언론은 불안한 치안상태를 들먹이며 남아공을 흔들어댔다. 웬만하면 남아공에 가지 말라는 식이었다. 영국 언론에선 심지어 대회 개막 일년 전까지 개최지를 변경해야 한다며 생떼를 썼다. ‘아파르헤이트’의 역사를 들춰냈다. 부정적 이미지를 주사기로 계속 주입하자 어느새 세상 사람들은 영화 ‘디스트릭트 9’의 흉측한 외계인을 상상하며 국제축구연맹(FIFA)의 결정을 비난했다.

그렇다면 남아공 월드컵 기간 중 수많은 외국인 축구 팬들이 목숨을 잃었는가? 폭동과 소요로 경기가 취소되었나? 그렇지 않다. 부부젤라의 등장부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위대한 골까지 모든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조지 워커(65)라는 영국인이 남아공 현지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그를 죽인 것은 흉기가 아니라 심장마비였다. 부부젤라를 너무 시끄럽게 불어댔다는 이유로 남아공의 14세 소년이 이웃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죽음을 부르는 이웃간 다툼은 한국에서도 드물지 않다. 경기장 외곽에서 15명이 압사 당한 사건도 있었다. 찾아보니 2005년 10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콘서트 현장에서 11명이나 목숨을 잃는 참사가 있었다. 남아공은 통계적으로 강력범죄율이 상당히 높은 곳이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 기간 동안 사망 사건은 평상시에 비해 특별히 높아지지 않았다. 쉽게 말해 서방 언론의 위기론은 기우였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인종차별은 여전히 어둠 속에 존재한다. 동방예의지국 한국에도 흉악범은 많다. 인권 선진국 영국에서 필자는 인종차별을 여러 번 경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광의의 차별(제노포비아)에 가까웠다. 리버풀에서 만났던 미국 국적의 백인 친구조차 타지인이란 이유만으로 불쾌한 경험을 당했다. 다양한 친구들에게 주워 들은 간접 경험은 무수히 많다. 그렇지만 경험이란 확실한 명분이 있어도 필자가 영국을 인종차별사회로 단정 짓기는 힘들다. 단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술자리에서 “야, 영국 놈들 말이지~”라고 떠든다면 금새 편견의 전도사가 되어버린다. 이런 단편적 경험에 의한 편견 설파를 거치면 멀쩡한 사회가 악마 소굴처럼 변질될 수 있다. 영국에는 따뜻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방인들이 훨씬 더 많을 터인데 말이다.

서방 언론의 기준으로 보자면 월드컵이나 유로 대회는 쾌적하고 안전한 사회적 인프라가 조성된 곳에서만 치러져야 한다. 남아공은 너무 위험하고,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외국인 혐오 분위기가 팽배하니 자격 상실이다. 그들 눈에 비쳐진 동유럽 국가들은 가난하고 폭력적인 전근대적 사회다. 하지만 그런 시선이야말로 기득권이 제3세계를 향해 저지르는 제노포비아다. 축구는 평등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값비싼 유니폼을 가질 순 없겠지만,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아이들도 분명히 축구를 통해 기쁨을 얻을 최소한의 자격은 갖고 있다.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의 최대 매력은 같은 규정 하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승부를 겨룬다는 점이다. 평등, 공평 그리고 동일 선상이다. 서방 언론의 시선이 곧 거룩한 축구 정신의 배반이다.

물론 FIFA나 UEFA가 세상을 선(善)하게 만들 절대권력은 아니다. 상업주의도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셉 블라터 FIFA 회장과 기관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을 보면 허점투성이다. UEFA도 이권을 놓고 메가 클럽들과 힘겨루기에 한창이다. 하지만 이들은 월드컵을 남아공에서, 유로2012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할 만큼의, 최소한의 사명감을 가진다. 우월적 태도로 남을 재단하려는 서방 언론보다는 최소한 공명성과 사명감 면에서 앞선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유로2012 개최지의 인종차별 논란은 서방 언론의 정신적 지배를 받는 한국에서도 한번쯤 고민해볼 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배경과 현실의 한계로 인해 한국은 서방 언론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영국 쪽 말만 듣고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대단히 위험한 곳이라고 정의해버린다. 그렇지만 유로2012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노력은 접할 기회도 없고, 굳이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폴란드 국적의 유명인 이름을 다섯 명 이상 대지 못하는 사람이 절대다수인 대한민국 포털 검색창에 ‘폴란드’를 쳐 넣으면 그 옆에 ‘인종차별’이란 단어가 연관검색어로 제시된다. 우리도 정신적 제노포비아의 범인인 셈이다.

이번 주 금요일(8일)부터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그라운드 안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 축구가 화려한 자태를 뽐낼 예정이다. 하지만 축구는 바쁘다.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 인종차별과 정면대결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축구의 승리를 기원한다.

- sporta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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