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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내 그리움의 붓에 참나리를 담아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7.02.03일 09:20
(녕안) 황향숙

  (흑룡강신문=하얼빈) 내 추억의 동화책 첫페이지에는 비술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선 가운데 자리잡은 하얗게 회칠한 아담하고 정갈한 초가삼간이 있습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새색시의 앞가슴에 들려있는 꽃묶음인양 참나리 한무더기가 울바자옆에서 낮다란 초가집 가슴까지 키다리로 자라 머리우에 화려한 오렌지색 꽃을 가득 이고 활짝 웃고있습니다.

  참나리의 현란한 그 웃음이 내미는 유혹의 손을 잡고 나는 다섯살짜리 코흘리개 소녀로 되여 추억의 페이지속으로 걸어들어갑니다.

  울바자옆에서 미소를 보내는 참나리의 눈길을 피하며 마음속에 조금은 어색한채로 아빠가 매준 비술나무 그네에 앉아 흔들대면서 참나리에게 미안했던 그날을 떠올립니다.

  그날은 아빠의 그늘같이 푸근하고 시원한 비술나무 그늘에서 깨여진 유리병쪼각이랑 주어다놓고 친구들과 소꿉놀이에 흠뻑 취해 있었습니다. 뉘집 개구쟁이 돼지인지 우리집 앞마당에서 한동안 꿀꿀거리며 뾰죽한 주둥이로 이것저것 마구 뚜지며 밭갈이를 하고있었습니다. 소꿉놀이에 정신이 팔려 채마전을 전쟁이 지나간 페허로 만드는것도 몰랐습니다.

  “아이고 아까와라! 두 ㅡ 두두ㅡ” 일 나갔다 돌아오신 엄마 목소리에 그제야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엄마가 제일 소중히 여기는 나리꽃 한 무더기가 얼기설기 엉켜 한뭉치가 되여버린 뿌리를 반쯤 드러낸채 허리가 툭 꺾인 패잔군이 되여 있었습니다.

  얼마나 미안했던지 나절로 그만 “앙-”하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나 죽은줄로 알았던 나리꽃은 죽지 않았을뿐만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타오르는 홰불같은 오렌지색 꽃을 피워올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놀라운 생명력을 가지고있는 꽃이였습니다. 엄마랑 너무 닮았습니다. 얼굴에 다닥다닥 박힌 주근깨랑, 생활의 모진 어려움속에서도 웃음 잃지 않은 강의함이랑 너무 무섭게 닮았습니다.

  나는 그 흡사함에 방황하다가 불쑥 나타나는 또 다른 페이지속으로 가랑머리 소녀로 되여 깡충깡충 뛰여들어가 봅니다.

  갓 초중생이 되였을 때 부모님을 돕는다고 산에 나무하러 따라 갔을 때 였습니다. 땔나무 하러 산에 가는 일은 다른 집에서는 남자들만 하는 일이였지만 우리집은 아빠가 장기환자였기에 늘 엄마가 함께 였습니다. 세상에 태여나서 이렇게 힘든 일도 있냐싶게 죽도록 힘들었던 그 페이지가 지금도 온몸의 세포가 공포에 떨도록 그 느낌이 파랗게 살아납니다.

  그날, 엄마와 나는 온하루 산판을 헤매며 누군가가 벌목하고 버린 마른나무가지를 주어서 아빠에게 가져가고 아빠는 새끼줄로 그것을 차곡차곡 단으로 묶었습니다. 목에서 겨불내가 났지만 가져간 물이 제한돼있었기에 물도 아껴 마셔야 했고 퍼진 나무 우듬지채로 길도 없는 나무숲을 헤치며 끌고 내려오는데 얼굴은 긁히고 달아올라 무르익은 빨간 열매로 되였고 몸뚱이는 이미 지칠대로 지쳤고 다리는 마비되여 더는 제다리처럼 옮겨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상상이 미치지 못하는 더 간거한 장거리 달리기였습니다. 나무단을 산더미처럼 싣고 그 밀차를 끌고 밀며 올리막 내리막이 이어지는 십여리 산길을 내처 달려야만 했습니다. 힘 약한 우린 내리막의 관성을 리용해야 이어지는 다음 올리막을 오를수 있었기때문이였습니다. 올리막을 오를 때는 정말로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마비상태가 올 때까지 숨이 넘어가는 사람처럼 몸체를 이리저리 틀면서 버득거려야 겨우 고개마루에 올라서는데 거기서부터 이어지는 내리막땜에 다리에 풍이 일게 뛰여야 했습니다. 이렇게 달리고 달려 심한 올리막 내리막 지대를 벗어난후에야 숨을 돌리고 쉴수 있었습니다.

  나는 눈앞이 새카매나며 죽을것 같아 땅에 퍼더버리고 벌렁 드러누웠는데 그러는 나를 보며 엄마는 물이랑 김치주먹밥이랑 넘겨주면서 “오늘은 방조군이 있어서 달랑달랑 왔네” 하며 기뻐했습니다. 기절초풍할 일이였습니다. 온몸의 세포가 나 죽었소 항의하며 네각 벌리고 눈감고 늘어져있었지만 가물가물 넘어가는 해님에 쫓기워 또 달구치며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안되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나무단을 뒤뜰에 가려놓았을 때는 이미 새카만 밤이였건만 엄마는 일찍 끝났다면서 조금은 들뜬 기분이였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 나는 엄마 두 어깨에 내 손바닥보다도 더 큰 피멍든 상처자국을 보았습니다. 수레를 끌 때 생긴 상처자국이였습니다. 나는 이불을 쓰고 입을 틀어막고 울었습니다. 킥킥거리는 내 울음소리가 촉이 민감한 엄마에게 들켰습니다. 엄마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우는줄 알고 연신 “미안해, 고마 웠어!” 하고 속삭이였습니다.

  벌떡 일어나 앉으며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엄마 어깨를 어루만지니 엄마는 그제야 “아무렇지도 않아!”하시면서 그렇게 행복해 하셨습니다. 그때로부터 나는 무조건 엄마에게 두손으로 경의를 개여 올렸습니다.

  너무 닮아있는 서로에게 흡인력이 있었는지 아니면 엄마가 나리꽃의 강의한 생명력을 보면서 인생의 어려움들을 물리치셨는지는 알수 없지만 내 기억속의 동화책에는 항상 집앞에 피여있는 나리꽃이 홰불마냥 환하게 피여오르며 엄마의 얼굴과 겹치여 나타납니다.

  어느날부터인지 그 나리꽃의 강의함인지 아니면 엄마의 강의함인지 모를 강의함이 내 몸속에 슴배여있음을 발견했고 오렌지색 꽃묶음인지 엄마의 어깨우의 빨간 상처자국인지 알수 없는 빨간 뭉치의 활활 타오르는 홰불이 내 삶을 비춰주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오늘처럼 비술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선 가운데 자리잡은 하얗게 회칠한 내 추억속의 초가삼간 울바자에 매달려 서서 홰불처럼 타오르는 나리꽃을 들여다 봅니다. 참나리의 다닥다닥한 주근깨를 들여다보노라면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아릿한 아픔이 불길처럼 피여오르며 그 불길에 가슴이 몰캉몰캉 익으면서 목구멍까지 치솟는 따가운 김이 어느새 눈물로 되여 똘랑똘랑 떨어집니다.

  나는 그 그리움의 붓에 내 마음의 먹물을 찍어 동화책 마지막 페이지에 새 그림 한장 첨가하였습니다. 내 보금자리였던 초가삼간을 홰불처럼 비춰주던 참나리 옆에 밭김을 매는 엄마의 모습을 그려넣었습니다. 그리고 동년의 냄새를 폴폴 풍기는 낮다란 삽작문으로부터 나무를 줏던 산까지 숨이 턱에 닿도록 뛰여오던 오불꼬불한 십여리 길도 그려넣었습니다. 그리고 하늘과 땅사이에 길다랗게 드러누워있는 육중한 산의 몸체에 나무를 주으며 우리들이 남겼던 뭇별처럼 무수한 발자국마다에 빨갛게 웃는 참나리를 심어놓았습니다. 당금이라도 태워버릴듯한 산불같은 참나리를 뒤에 남기고 고개를 넘고있는 내 뒤모습도 그려넣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걸어가는 자욱자욱마다에 빨간 참나리가 활짝 핀 모습도 그려넣었습니다.

  추억의 어제를 번지고 새로 그려갈 래일의 삶을 펼쳤는데 벌써 참나리가 먼저 대기하고있습니다. 활짝 웃으며 나의 손을 잡고 한사코 저 봄꽃들이 흐드러진 희망의 언덕으로 나를 이끌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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