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마크롱, 프펜 결선 진출
(흑룡강신문=하얼빈) 23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공화당과 사회당 후보가 동반 탈락하고 아웃사이더인 에마뉘엘 마크롱과 마린 르펜이 결선 투표에 진출하면서 프랑스에서는 "력사에 기록될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간 르피가로는 "프랑스 정치사를 뒤흔든 '지진'"이라고 했다.
마크롱은 이날 "우리가 프랑스 정치 력사의 새 페이지를 열었다"며 "프랑스와 유럽의 희망의 목소리가 되겠다"고 했다. 르펜은 "(난민·EU 등 문제로) 프랑스의 생존이 위기에 처했다"며 "이제 국민을 해방시킬 시간이 왔다"고 했다.
프랑스정치권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전례없는 '핵분렬'을 거듭했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후보가 당선된 지난 2012년 선거때까지만 해도 프랑스정치는 중도우파 공화당과 중도좌파 사회당이 량분해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극우·극좌가 돌풍을 일으키고 '좌도 우도 아닌' 중도가 출현했다. 프랑스정계는 공화당, 사회당의 량강 체제에서 극좌(장뤼크 멜랑숑), 중도좌(사회당), 중도(마크롱), 중도우(공화당), 극우(르펜) 등 다극 체제로 분렬했다.
지난해 8월 중도성향 정당인 '앙마르슈(전진)'를 만든 마크롱은 불과 8개월만에 대선결선투표에 진출했다. 이 정당은 의원이 1명도 없다. 반면 집권 여당으로 원내 제1당인 사회당은 브누아 아몽 후보 지지률이 6.4%에 그쳐 참패했고 제2당인 공화당도 프랑수아 피용(19.9%)이 3위로 탈락해 당 력사상 처음 결선에 후보를 내지 못했다. 1958년 제5공화국 출범이후 대선 결선에 진출한 두 후보 모두 량대 정당 출신이 아닌것은 처음이다.
기성 정치권의 몰락은 프랑스가 겪고 있는 심각한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무능함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기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高)실업률과 저성장, 대외 영향력 약화 등 고질적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는것이다. 유권자들 사이에 "공화당이나 사회당이나 무능하긴 마찬가지이다. 이번엔 바꿔보자"는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됐다. 여기에 2015년 이후 일상화된 테러로 이민자와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극우 세력도 세를 키웠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프랑스정치 지형을 바꾸는데 '데가지즘(Dégagisme)'이 리념적 바탕이 됐다"고 진단했다. 데가지즘은 구체제, 인물에 대한 청산을 뜻하는 신조어로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튀니지에서 독재자 벤 알리의 축출을 요구하면서 등장했다.
다음달 7일 실시되는 결선 투표의 대진표가 '마크롱 대 르펜'으로 확정되면서 프랑스 정치권은 극우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마크롱을 중심으로 빠르게 뭉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대통령이 마크롱에게 축하 전화를 건데 이어 베르나르 카즈뇌브총리도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다. 1차 투표에서 락마한 공화당 피용과 사회당 아몽후보 등도 "결선에서 마크롱을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마크롱은 결선투표에서 62%를 얻어 르펜(38%)을 큰 차이로 승리할것으로 조사됐다.
좌우 진영이 대부분 마크롱지지를 선언하면서 이번 대선이 지난 2002년 때와 비슷하게 갈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르펜대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은 좌우 진영이 모두 상대방인 자크 시라크후보를 미는 바람에 결선에서 17.8% 득표률로 참패했다.
유럽련합(EU)도 마크롱을 지지하고 나섰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마크롱에게 "결선에서도 행운을 빈다"고 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의 대변인은 "마크롱이 강한 EU와 시장경제 옹호라는 공약으로 성공한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했다.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