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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주 1회만 먹어라" 맥도날드 광고, 왜 떴을까

[기타] | 발행시간: 2012.07.04일 22:31
◇딜레마

온라인 게임 회사를 운영하는 나 사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최근까지 앞선 게임 콘텐츠를 내세워 업계에서 입지를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아무리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도 더 이상 매출이 오르질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청소년 게임 중독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시장 자체도 위축되어만 간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잘 빠져나가면서 매출도 올릴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나 사장은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해법

나 사장의 경우처럼 회사 매출은 정체되고, 설상가상으로 업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진다면 기업은 어떤 방책을 낼 수 있을까?

먼저 프랑스 맥도날드의 사례를 참고해 보자. "어린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만 맥도날드에 오세요." 이는 2002년 프랑스 맥도날드가 내건 광고 문구이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자주 오라고 말해도 모자랄 판에 기업이 나서서 일주일에 한 번만 오라니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이 광고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미국 맥도날드 본사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실제로 적게 팔고 싶었던 것일까? 사실 매출을 늘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사회적 비판이 들끓어 고민이던 차에 생각해 낸 대책이었다. 이들이 노린 것은 바로 '우리는 다른 패스트푸드점과는 달리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회사'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였던 셈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광고가 시키는 대로 일주일에 2~3개씩 햄버거를 먹던 어린 아이들과 그 부모들은 정말 맥도날드 방문 횟수를 1회로 줄였을까? 아니다. 심지어 맥도날드를 즐겨 찾지 않던 사람들까지 더 자주 찾게 되었다. 맥도날드에 대한 신뢰가 그 이유였다. 자사(自社)에 손해가 될 수 있지만 소비자의 건강을 먼저 챙기는 모습에 "이왕 패스트푸드를 먹을 거라면 다른 곳이 아니라 맥도날드를 찾자"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그 결과 이 광고가 진행된 한 해 동안 프랑스 맥도날드는 맥도날드 유럽 지사 가운데 최고의 영업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제품 단점 드러내고 솔직히 접근하라

이처럼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덜 사라고 말하는 것을 '디마케팅(de-marketing)'이라고 한다. 자사 제품을 사용하라고 권장하는 기존 '마케팅'의 개념과 정반대인 셈이다. 맥도날드의 사례처럼 소비자들 사이에 자사 제품 혹은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잡았을 때 신뢰를 얻는 방법으로 '디마케팅'을 활용할 수 있다. 아예 드러내고 '제품의 단점은 이러하니 가능한 한 적게 이용하라'는 식이다. 소비자는 기업이 스스로 손해가 되는 말을 대놓고 하니 "아, 저 기업은 돈만 벌겠다고 달려드는 나쁜 기업이 아니야. 그러니까 기왕에 쓴다면 저 기업의 제품을 써야겠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 다른 사례로 분유시장에서 네슬레가 펼친 전략을 들 수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 분유가 과연 모유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날 때쯤, 이 기업은 앞장서서 전 세계적으로 모유의 우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리고 태어난 지 2~3개월까지는 모유를 선택하라고 강조했다. 반면 모유 수유가 힘들다면 모유와 가장 유사한 자사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런 솔직함은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이 기업을 믿을 수 있게 했고, 그 결과 네슬레는 분유시장의 선두기업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소비자 위해 자사 제품 덜 사용하라는 기업에 신뢰 쌓인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 중 하나이다. 마케팅도 다분히 공격적이어서 자신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경쟁회사를 깎아내리기까지 한다. 1990년대 말 소비자들은 이런 이전투구에 점점 염증을 느꼈고, 이는 통신사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까지 번져갔다.

이때 SK텔레콤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감지해 1998년 디마케팅을 펼쳤다. 당시 이들의 헤드라인은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였다. 조금이라도 더 사용하라고 외치는 경쟁사들과는 반대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자사의 이익보다 소비자들의 귀한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뜻. 광고 모델도 신뢰감이 가는 배우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한석규를 택했다. 그러자 기존 마케팅에 신물을 느끼던 소비자들에게 SK텔레콤은 건실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고,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SK텔레콤은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소비자 이익과 자사 이익 상충되면 자사 이익을 내려놓자

앞의 사례에서 게임 업체 나 사장은 어떤 전략을 펼칠 수 있을까? 사실 이는 국내 한 온라인 게임업체의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 회사는 청소년 회원들이 부모의 동의를 얻은 시간 동안만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게 하고, 그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게임 접속이 끊기도록 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당연히 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고, 그 결과 온라인 게임을 불신하는 상황에서도 자사의 이미지를 보호할 수 있었다. 이는 경쟁회사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요소였다.

만약 소비자의 이익과 자사의 이익이 상충되는 상황이라면 과감히 자사의 이익을 내려놓자. 그리고 디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를 알려라. 이를 통해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할 수 있을 것이다.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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