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젖산’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보통 “젖산은 피로 물질이다.”, “운동 중 생기는 부산물이다.”, “젖산이 생기면 근육통이 생긴다.”라고 많이 알려졌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젖산 생성이 근 피로와 동반되기는 하지만 이것이 근육을 직접 피로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젖산이 근피로의 충분조건이긴 하지만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근피로를 유발하는 범인은 바로 따로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것은 젖산염이지 젖산이 아닙니다. 골격근에서 젖산이 생성되지만, 정상적인 인체의 pH에선 이 젖산이 빠르게 분해되어 젖산염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로 신체에는 젖산 형태가 아닌 젖산염의 형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젖산과 피로의 관계를 알기 위해 젖산이 무엇이고, 근 피로는 어떻게 정의되는지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근육은 산소가 없이도 근육에 저장된 에너지원을 통해서 힘을 쓸 수 있습니다. 이때 에너지를 생성하고 남는 것이 피루브산(Pyruvate acid)입니다. 이 피루브산은 다시 한번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전구체로 쓰일 수 있지만, 산소가 충분했을 때 피루브산이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소가 충분하지 않다면 이 피루브산이 젖산으로 변하게 됩니다.

근 피로는 다르게 말하면 근수축 능력의 급격한 저하로 인한 근 기능의 하락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예전부터 근육에서의 젖산 축적은 근 피로의 주된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젖산으로 인해 몸이 산성화가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젖산은 운동할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휴식 중에도 소량이지만 계속 신체 내에서 생성됩니다. 젖산의 축적을 막기 위해서 신체는 젖산을 빠르게 제거하지만, 운동 강도가 급격히 올라갈 경우 젖산의 제거속도는 젖산의 생성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젖산이 축적되게 됩니다.

운동하는 부위의 근육에 젖산이 축적되게 되면 그 근육의 pH는 떨어져 6.9~6.4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 상태를 우리는 산성혈증(acidosis)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젖산이 축적되어서 산성혈증이 일어난 걸까요?

이러한 산성혈증으로 인해 가인산분해효소(phosphorylase)와 포스포프룩토키나아제(phosphofructokinase, PFK)의 활동(에너지 생산을 위해 필요한 효소)이 제한되고, 근소포체(sarcoplasmic reticulum)에서의 칼슘방출이 제한됩니다. 쉽게 말씀드려서 산성혈증이 나타나게 되면 근 수축력, 수축 속도가 느려져 원하는 퍼포먼스를 만들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산성혈증을 만드는 진짜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젖산이 아닌 수소 이온입니다.

젖산이 근육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젖산염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젖산은 생성된 뒤 혈액을 타고 순환하다가 젖산염으로 바뀌게 됩니다. 젖산염으로 바뀌기 위해 젖산은 수소 이온을 내보내고 소디움과 포타슘을 얻게 됩니다.

젖산이 젖산염으로 바뀌어 혈액을 타고 돌아다닐 때, 근육 안에 존재하는 것은 수소 이온입니다. 그렇습니다. 젖산이 아니라 수소 이온이 산성혈증을 만들고 근소포체의 칼슘 방출을 막는 놈입니다.

수소 이온뿐만 아니라 근 피로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크레아틴 인산의 부족, 무기 인산과 ADP, 근육 온도의 증가 등 이 부분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어떻든 젖산으로 인해 수소 이온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젖산도 똑같다고 보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렇지만 젖산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몸에 꽤 도움되는 놈입니다.

젖산은 간에서 코리 싸이클(Cori Cycle)이라는 과정을 통해 젖산염은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다시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포도당으로 변하는 젖산은 생성된 젖산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나머지 70%는 골격근과 심장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료로 쓰입니다. 그리고 10%는 아미노산으로 전환되어 마찬가지로 신체에 도움을 주게 됩니다.

근육의 피로는 결국 젖산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수소이온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