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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 안 하면 너는 사지가 썩는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7.07일 02:57
ㆍ‘살인의 추억’, 범인 쫓는 형사 열정 그려

“너는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

영화 <살인의 추억> 초반부, 자욱한 안개를 뚫고 마을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서울 형사 서태윤(김상경)을 맞이하는 건 이런 저주의 말이 쓰여진 허수아비다. 실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두 번째 사체가 발견된 농수로 위에 세워져 있었다는 이 허수아비는 피해자의 가족이나 동네 주민들이 세운 것이 아니다. 바로 당시 사건 담당 형사들이 어느 무당의 조언에 따라 만들었다고 한다. 진짜 범인을 잡고 싶었던 형사들의 열망은 이렇게 무속신앙의 힘을 빌리고 싶었을 만큼 절박하고 또 간절했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은 1980년대 중·후반 전국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다. 1986년 한 지방에서 젊은 여인들이 무참히 강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살인의 대상과 수법이 동일한 연쇄살인이다. 토박이 형사 박두만(송강호)은 타고난 직감과 동물적 본능을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서울에서 내려온 엘리트 형사 서태윤은 “서류는 거짓말 안 한다”는 신념 아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각자의 수사방법에 아랑곳없이 연쇄살인은 계속된다. 마침내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청년의 목을 쥐어트는 순간을 맞이하지만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상황 속에 무력하게 그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

김광림의 연극 <날 보러 와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를 찍기에 앞서 봉준호 감독은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것에 대한 감독만의 대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당시 담당 형사의 무능도 범인의 천재성도 아니었다. 봉 감독은 그것을 “1980년대라는 시대 자체가 가진 무능함과 조악함”이라고 결론짓고 시나리오를 진행시켜 나갔다. 그리고 “경운기가 범인의 발자국을 지우는 아수라장 개판의 1980년대 한국 농촌과 스릴러라는 아주 미국적인 장르가 충돌하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영화적 긴장”으로 <살인의 추억>이라는 걸출한 ‘농촌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살인’과 ‘추억’이라는 단어는 얼핏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들의 조합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적확한 제목이기도 하다. 멀쩡하게 살아가던 박두만이 어느 순간 문득 과거로부터 날아온 화살을 맞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박두만의 얼굴로 마무리된다. ‘이 사건이 결코 추억이 될 수 없다는 느낌’의 마침표다.

<살인의 추억>이 만들어지고 3년 후, 화성연쇄살인사건은 2006년 4월로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여전히 미결로 남아 있다. 진짜 범인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사지가 썩어 죽었을까. 아니면, 밥은 먹고 다닐까.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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