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과태료·행정지도 처벌
업체들, 영업정지 처분 받아도 집행 정지 신청해 계속 영업
피해 시민엔 근본적 대책 없이 상담·신용회복기관 소개만
입대한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전업주부 박모(여·48)씨는 지난 4월 초 한 대부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박씨 앞으로 빌린 돈 7000여만원이 있는데 빨리 갚으라는 독촉 전화. 영문을 몰랐던 박씨는 1년 8개월 전 남편이 사업자금 명목으로 3500만원을 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은 그 뒤 종적을 감췄고, 이 돈이 7000만원으로 불어났다는 것. 이자가 연 49%에 달했다. 박씨는 "빚이 1억이 넘게 되면 전세금을 압류해야 하니 집을 비워야 한다"는 대부업체의 통보를 받고 서울시 민생침해 피해 신고 사이트 '눈물그만'(seoul.go.kr/tearstop)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올 들어 늘어나고 있는 대부업 피해 신고 때문에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다. 시는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20일) 서울시 민원사이트 '눈물그만'과 120다산콜센터 등을 통해 집계된 대부업 피해 사례가 153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3건, 1년간 55건이 접수되었던 것과 비교해 3배에 가까운 규모다.
그러나 단속하고 지도를 권고하는 것 외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씨의 경우도 단순히 궁금증을 풀어주고 신용회복기관 등을 소개해주는 데 그쳤다. 올해도 153건 중 처리 결과가 '단순 상담'에 그친 것이 80여건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55건 중 49건이 단순 상담이었다. 김의승 서울시 경제정책과장은 "대부업 피해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내 대부업체는 4440여곳에 달한다. 법인이 929곳, 개인 3452곳, 지점 59곳이다.
단속을 해 처벌을 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서울시가 올 초 민원이 잦은 20개 대부업체를 점검해 대부업법을 위반한 업체 2곳에 과태료 250만원을 매기고, 10곳은 행정지도 했다. 또 러시앤캐시·산와머니 등 대부업체 4곳에 법정 이자율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현재 이들은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 법원에 영업정지 처분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영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부업체 피해가 늘자 시는 5일부터 27일까지 집중 지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개인업체와 생활정보지 등에 광고를 게재한 대부업체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시·자치구·금감원이 함께 나서 ▲과잉대부금지 준수 여부 ▲법정 이자율(39%) 준수 여부 ▲대부조건 게시 여부 등을 점검하고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조치와 수사 의뢰를 할 예정이다.
-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