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핵심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LG 그룹의 임직원 4명과 공모한 삼성의 전·현직 연구원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수원지검은 삼성이 보유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핵심기술을 빼내려 한 정모(50)씨 등 LG 임직원 4명, 여기에 공모한 조모(45)씨 등 삼성 전·현직 연구원 6명과 LG협력업체 임원 1명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OLED는 LCD의 뒤를 잇는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LCD보다 화질 구현이 좋으나 대형화가 어렵고 단가가 비싼 단점이 있다.
2010년 당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 설비개발팀장으로 일했던 조씨는 OLED 개발 방식과 조직 운영을 두고 회사 수뇌부와 마찰을 겪다가 회사를 사퇴했다. 당시 조씨와 같이 일했던 팀원 15명 중에서 8명 정도가 조씨를 지지했다. 이들은 경쟁업체인 LG디스플레이로 이직하려 했다.
이직을 타진하면서 조씨는 정씨 등에게 OLED 패널의 대형화와 관련된 핵심기술을 7차례에 걸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올 1월 LG협력업체 사무실에서 삼성의 OLED 기술을 설명하는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협력업체에 기술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전직 제한 규정에 걸려 조씨를 비롯한 직원 6명은 바로 옮기지 못하고 작년 5월부터 12월까지 순차적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는 당초 예정보다 조씨 등을 늦게 채용했다.
그러자 실망한 조씨는 중국 회사에 접촉해 빼돌린 기술을 유출하려 했다.
조씨 등은 LG에 기술을 넘길 때 국내 회사의 이메일 서비스를 사용하면 검찰이 조사 가능하다는 점을 우려해 미국 기업인 구글이 운영하는 이메일 서비스 지메일만을 사용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조씨 등은 종이 문서는 일절 남기지 않고 노트북보다 숨기기 쉬운 USB 메모리에만 유출 자료를 보관했다고 한다.
LG는 "삼성과 우리의 OLED 개발 방식이 달라 삼성에서 넘겨받은 자료가 없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정씨 등이 삼성의 기술을 넘겨받은 게 맞고 최소한 삼성의 기술 개발 현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은 것으로 추정해 관련자들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수사에서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개발한 55인치 OLED 패널을 호평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조씨는 "스티브 잡스가 55인치 패널 샘플에 만족했으며 플렉서블(flexible·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 큰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잡스가 대형 화면에 사용 가능한 55인치 패널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에서 잡스가 '애플 TV'에 삼성 OLED 패널을 사용하려 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