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는 설을 쇨 때마다 고민이다. “도대체 난 몇살이야?”
그도 그럴것이 집안 어르신들은 “막 세서 열한살”이라고 가르치지만 나는 돌아앉아서“지난 12월에 금방 9돐 생일을 쇴으니까 누가 몇살이냐고
물어보면 그냥 9살이라고 해.”라고 정정해준다. 그러면 딸내미는 “그런데 우리 반 친구들은 다 11살이래, 왜 나만 9살이야?”라며 볼부은
소리를 한다.
금방 아이를 가졌을 때 출산예정일이 12월이라는 말을 들은 모든 주변인들이 똑같은 말을 했다. “섧은 나이를 먹겠구나.”
사실 태여나자마자 1살이고 설을 쇠면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나이를 1살 먹는다는 게 참 어불성설이다. 태여난 날자는 각각인데 왜 똑같은
날자에 나이를 먹지?
정말이지 지금껏 우리는 나이를 ‘마구’ 세였던 것 같다. 나이를 세는 기준이 애매모호해서 인간관계상, 또 생활상 이러저러한 혼란과 불편을
야기시킨 것도 사실이다. 한번은 딸내미 친구네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는데 생일케익에 꽂은 초불의 수가‘막 세는’나이인 것이였다.
“애가 9돐 생일이니까 9대를 꽂아야지.”그랬더니 “10살 아닌가?” 하고 애엄마가 갸우뚱한다.
“생각해봐, 2009년에 태여나고 2010년에 초불 한대를 꽂고 첫돌 생일을 쇴으니까 2018년이면 9대를 꽂아야지.”
요즘은 만으로 나이를 세는 신세대 부모들도 꽤 늘어났다. 각자 나이계산법이 다르다 보니 서로 나이를 말한 다음 다시 태여난 년도수, 혹은
띠로 재확인 절차를 거치기도 한다.
나이 계산법이 복잡한 중국이나 한국과는 다르게 일본에서는 ‘만 나이’를 사용한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만 해도 똑같은 24살이였던 친구들이
일본에 건너가더니만 나보다 2살 어린 동생들로 둔갑했다.
나이 계산법 통일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의 추세이기도 하고.
내 기억으로 예전엔 소학교에 입학할 때 같은 년도의 아이들이 같은 학년에 입학했지만 지금은 개학 월인 9월을 기준으로 자른다. 즉 만 6세
이상의 전 해 9월 생-올해 8월 생이 같은 학년을 다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학년에 두개 년도의 아이들이 함께 다니게 되는 듯
하지만 개학인 9월을 기준으로 보면 만 6세를 넘었지만 만 7세가 되지 않은 아이들이 같은 학년을 다니게 되는 것으로 합리한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79년 9월생이라 오라지 않으면 마흔의 문턱을 바라본다. 설 쇠고 나이를 억지로 먹는 것도 서러운데 만나는 사람마다 마흔이구먼!
한다. 아직 30대가 몇달 푼히 남았는데… 하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