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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불처럼 살다간 김계순선생님을 그리며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9.03.31일 13:57



교안을 쓰시는 김계순 선생님의 생전 모습

지난해 록음 짙은 여름의 그 날(7월 4일), 길림성 특급교사이며 성로력모범, 전국우수교사였던 원 안도현2중 김계순 교장 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다시 못 올 그 길로 떠나가신 김계순 선생님의 은정 차마 잊을 수가 없어 이렇게 필을 들어봅니다.

화룡현 동성향 비암촌 태생인 김계순선생님이 1970년 7월 길림대학 화학학부를 졸업하고 안도현 복흥중학교에 배치받아 올 때는 온전한 교사마저 없을 때였습니다. 벽돌집도 아닌 투피로 지은 흙집에서 책걸상도 없이 기다란 널판자로 책상을 매고 널판자 걸상에 앉아서 공부 할 때인지라 화학실험실이란 꿈도 꾸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여러 곳을 다니며 남들이 버리는 폐품들을 주어다 화학실험 도구들을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병원에 가서는 다 쓰고 버리는 빈병, 우체국에서는 전지, 쓰레기무지 옆에서는 버려진 깡통, 길가에서는 발길에 걸리는 쇠줄 등을 다 모아다 귀중한 재료로 리용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폐품들로 500여건의 실험기구를 자체로 만들어 초보적 규모를 갖춘 실험실을 일떠세웠습니다. 이 실험실은 연변조선족자치주 교육계통의 선진 실험실로 평의받았으며 이 실험실에서 안도현과 연변주 화학실험 현지회의도 여러 차례 열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독서 무용론'이 학생들 속에서 불어치면서 학생들은 공부를 바로 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몹시 가슴 아파하시면서 자신의 연박한 지식과 교학예술로 학생들을 흡인하기에 온갖 심혈을 몰부었습니다.

선생님의 교학은 너무나도 예술적이였습니다. 선생님은 아주 재미있게 강의를 하시면서 화학실험을 마술처럼 해 보였습니다. 선생님의 손끝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한 물질이 다른 물질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너무나도 큰 흥취를 느꼈습니다. 우리는 화학시간이 빨리 오기를 고대하며 기다렸습니다.



 

화학실험으로 과학탐구의 정신을 가르치던 김계순 선생님(오른쪽)

1977년 대학입시 제도가 회복된 후 선생님은 선후로 안도현 1중, 2중으로 전근하면서 고중 3학년 승학지도를 맡아하셨습니다.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많이 대학에 보내기 위하여 선생님께서는 대학입시 지도에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선생님은 밤 늦게까지 교수안을 짜셨고 밥을 지으면서도 연구에 몰입하다 보니 밥을 태울 때도 한 두번이 아니였습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깊은 지식을 전수하기 위하여 부단히 교수경험을 총화하고 교재를 깊히 연찬하였으며 교수법을 개진하고 새로운 경험을 모색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1981년 전 주 중학교 교원 화학실험시범경연에서 1등의 영예를 쟁취하였고 1985년에는 또 전 주 최우수교수로 평의 받았습니다.

선생님이 쓴 , 이라는 론문을 비롯하여 20여 편의 론문이 연변 주 나아가 성, 국가급 우수론문으로 평의를 받았고 선생님이 주필, 부주필을 맡고 출판한 (중학생 화학), 등 책은 각지 신화서점에서 발행되기도 하였습니다.

선생님의 제자 사랑 역시 특별하였습니다. 선생님은 학생을 절대로 욕하지 않았습니다. 학생을 많이 믿어주고 칭찬해주고 고무격려해 주었습니다. 학습성적이 낮은 학생은 더 큰 관심을 돌려 성적을 춰세워 주었고 생활이 곤난한 학생에게는 공책과 필을 사주는가 하면 앓는 학생은 집에 데려다가 주숙시키면서 약을 달여 먹이기도 하였습니다. 사춘기로 들떠하며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학생들도 친자식처럼 내심하게 교육하였습니다. 예전의 '애꾼'이라든가 '병달이' 애들도 선생님의 덕분으로 모두 차실이 없이 응시하여 대학에 붙었으며 지금은 박사로 된 학생들도 적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신근한 노력으로 학생들 중에는 화학애호가들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전 현 화학실험경연에서 1, 2 ,3등을 쟁취하였고 전 주 경연에서도 늘 우수한 성적을 따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맡은 학급의 화학 대학입시 성적은 해마다 연변과 길림성 평균성적보다 5점--10점을 초과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학교교육사업에서 성과를 올려 뭇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뿐만아니라 가정에서도 자식들을 훌륭한 인재로 키웠습니다. 선생님은 슬하에 1남1녀를 둔 어머니였습니다. 선생님의 올바른 인도와 지지하에 딸 원향이는 북경에서 자기의 재질을 펼치고 있고 아들 원호는 청화대학에 입학하여 박사까지 마치고 현재 과학연구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교육사업에 청춘도 사랑도 다 바친 김계순 선생님 일가족

참,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보니 또 한가지가 생각나네요. 우리들은 중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여러 산골에 널려 살면서 공사소재지에 일보러 갔다가도 쩍하면 선생님댁에 들려 점심을 얻어 먹군 하였습니다. 어떤 날에는 선생님의 집은 점심 먹는 학생들로 꽉 차 여느 식당을 방불케 하였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우리가 얼마나 철이 없고 우둔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배 고프다고 빈손으로 선생님의 집에 무작정 뛰여들어가 맛 좋은 음식을 다 걷어 먹기만 하였으니. 그때 선생님네 식구들도 국가배급을 타먹고 시장이 없는 농촌에서 채소도 자류지에다 심어 먹는 것 뿐이였는데 우리 학생들이 선생님네 식량을 다 먹고 나면 선생님네는 무엇을 어떻게 먹고 지내셨는지…

학생들과 자식들을 모두 나라의 인재로 키우기 위해 일체를 헌신해온 선생님께서는 현정부로부터 의 영예를 수여받았고 연변자치주로부터 칭호를 받았으며 연변주위와 주정부로부터 이란 칭호도 수여받았습니다. 선생님의 사적은 , , 에 수록되였습니다.

그 수많은 영예중에서도 고 하시던 선생님의 그 말씀만큼은 우리 제자들의 가슴에 영원한 기념비로 남아있습니다.



 

함께 교육사업에 종사하였던 김계순 리석재 부부 환갑년에 다시 복흥중학을 찾아서

선생님은 평생 자신의 일터에서 초인간적인 열정으로 사업하셨습니다. 사업에 너무 지친 선생님은 정년퇴직하면서부터 17년간 병환으로 고생하시다가 사랑하는 제자들, 자식들, 남편을 떠나 머나먼 하늘 나라로 가셨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남긴 고상한 인격, 불같은 열정, 상냥한 미소 그리고 선생님의 빛나는 업적과 아름다운 일화는 영원히 우리들 마음 속에 살아 있을 것입니다.

불현듯 ‘초’(김영택 저)라는 시편이 떠올라 선생님 령전에 올리며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타면서 눈물 흘리고/ 타면서 제 몸을 낮추는/ 그 이름/ 초

몸 낮추며/ 우리에게 밝음을 선사하고/ 흘리는 눈물로 / 빛을 발산한다

제 한몸 불태워/ 이 세상 밝히면서/ 온갖 애환/ 무언으로 삭혀가는

아, 초의 인생/

서정으로 읊어야 할가/ 노래로 엮어야 할가

읊어도 불러도/ 성차지 않으리

 

/ 제자 김순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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