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모 삼성그룹 상무는 최근 여름휴가로 잡은 해외여행을 취소하고 경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회사의 내수 활성화 활동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에서 내린 자발적인 결정이었다. 김 상무는 천년고도인 경주의 문화유적을 천천히 둘러보며 가족들과 모처럼 오붓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대기업들이 내수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임직원들의 국내여행을 장려하는가 하면 재래시장상품권을 지급해 골목상권에 온기를 돌게 하는 등 기업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도 다양하다.
24일 이인용 삼성그룹 부사장은 기자 브리핑에서 "내수경기 진작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의지가 합쳐진다면 경기진작에 일정부분 보탬이 될 것"이라며 "조만간 삼성 임직원들에게 재래시장상품권을 나눠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올해 추석연휴에 앞서 500억원 이상을 재래시장상품권 구입에 사용해 임직원들에게 줄 것으로 보인다.
재계가 내수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유럽발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싸늘하게 식어버린 국내경기를 되살리려면 그나마 자금사정이 여유로운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사장은 "(삼성은 물론) 임직원들 역시 내수둔화 우려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그룹 방침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관련 5단체 부회장들도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내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기업의 투자독려에서부터 하계휴가 국내에서 보내기 등까지 다양한 방안을 도출해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독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들 경제단체 소속 회원사들의 재래시장상품권 구입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 회원사의 경우 지난해 추석 때 1,000억원 규모의 재래시장상품권을 구입해 임직원들에게 나눠준 바 있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임원은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결국 기업들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내수 살리기에 힘쓰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