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모두가 YES라 할 때 난 NO를..'
천편일률적으로 따라가는 삶보다는 개성과 소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집으로 평가절하 될 수도 있다. KIA 타이거즈 우완투수 한기주(26) 행보가 딱 그렇다.
한기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무시무시한 강속구다. 광주 동성고 재학시절 이미 150㎞를 넘나드는 광속구를 뿌리며 고교무대를 평정한 한기주는 프로 입성 전부터 '제2의 선동열'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류현진(한화)-유원상(LG)-김광현(SK)-나승현(롯데) 등 동시대 활약했던 쟁쟁한 기대주들 틈에서도 한기주는 단연 '원톱'으로 꼽혔다. KIA에서 그에게 10억이라는 역대 최고 계약금을 안겨준 것도 이러한 이유였다.
최고의 기대를 받았던 선수답게 한기주는 프로 데뷔 첫해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고교 때 혹사로 인해 변화구 구사가 힘든 상황임에도 시속 150㎞ 중반대의 강속구 하나만으로도 프로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선발 투수로서는 주춤했지만 셋업맨으로 전업한 이후 무려 140.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 불펜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초반 선발투수로 많은 실점을 하고 후반기부터 본격 가동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류현진만 아니었다면 신인왕은 그의 몫이었다.
사실 한기주는 몸 상태를 고려해 곧바로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가는 게 옳았다. 이후에도 성치 않은 팔꿈치로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뿌리며 셋업맨-마무리로 활약하긴 했지만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무언가 부족했다.
다양한 무기 없이 직구 하나로만 승부할 수밖에 없던 탓에 큰 경기에서 결정타를 허용하는 등 팬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안겼다. 결국, 한기주는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재활 등 부담되는 요소들도 많았지만 도약을 위해 더 늦춰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과감히 결단했다.
문제는 팔꿈치 수술 후 재활이다. 팔꿈치는 투수에게 아주 예민한 부분이라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났다 해도 예전의 구위를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재활의 발달로 성공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상당한 것이 현실이다.
KIA 팬들의 관심도 높았다. '차세대 에이스' 후보인 그의 회복여부가 팀의 미래를 바꿔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부 팬들은 한기주 잠재력이 윤석민과 김진우 이상이라고 믿고 있다.
문제는 1군 입성을 준비 중인 한기주의 이해 못할 행보다. 올 시즌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강속구보다 제구력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구속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다. 물론 강속구보다 제구력이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한기주 역시 제구력 난조로 인한 악몽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한기주의 판단은 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한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최고 무기를 희생해야 한다면 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프로 데뷔 초 한기주의 공을 상대 타자들이 버거워한 이유는 정교한 제구력 때문이 아닌 무시무시한 강속구 영향이 컸다. 직구 덕분에 다소 어설픈 변화구가 들어오더라도 위력이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한기주의 직구는 현재 최고 시속 140㎞ 초반에 머물고 있다. 제구력은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구속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한기주는 "제구를 가다듬고 구속도 끌어 올리겠다"고 자신만만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2일 소프트뱅크 3군과의 교류전에서 선발 5이닝 동안 7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하는 등 성적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강속구 투수에게는 스피드가 가장 중요하다. 스피드가 나와야 다른 변화구도 살 수 있다"며 한기주의 1군 복귀를 뒤로 미뤘다.
투수의 몸은 민감하다. 한기주는 우선 제구력을 가다듬은 뒤 직구 스피드를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몸이 새로운 패턴에 적응하면 이는 말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리그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차세대 에이스 행보에 KIA 팬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