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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공원에 등장한 '잡년'... "내 몸 만지지 마"

[기타] | 발행시간: 2012.07.28일 21:33
[현장] 한국에서 두 번째 '잡년행진'... "성범죄, 여성 노출 탓 아냐"

▲ 28일 오후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앞에서 열린 '잡년행진'에 참가한 한 시민이 자신의 등에 '내가 조선의 잡년이다'라고 적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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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앞에서 열린 '잡년행진' 문화제 현장. 한 여성이 참가자들 앞에 섰다. 입고 있던 흰색 상의를 벗었다. 검정색 브래지어 사이로 상체가 드러났다. 그는 공원 입구에 모인 남성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때요? 저 만지고 싶나요? 강간하고 싶나요?"


방금 전까지 여성을 뚫어지게 응시하던 남성들은 시선을 피했다. 그가 "왜 시선을 피하냐"고 묻자 고개를 돌리며 모른 척했다.


자신을 '7월'이라 밝힌 그는 "성범죄의 원인은 노출하는 여성이 아니라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에게 있다"며 "옷을 야하게 입든 안 입든, 누구든 강간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여성이 자유롭게 옷 입을 권리를 짓밟아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한 옷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건인가"

▲ 28일 오후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앞에서 열린 '잡년행진'에 참가한 한 시민이 다리에 '나는 내 몽이 아름답다'라는 글귀를 적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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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년행진(Slut Walk)'은 성범죄의 원인 중 하나가 여성의 노출 때문이라는 주장에 반대하고자 시작된 운동이다. 2011년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학에서 열린 안전교육 강연에서 한 경찰관이 "성폭행당하지 않으려면 여자들은 '헤픈 여자(Slut)'처럼 입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한국에서도 2011년 7월 16일 '잡년행진'이란 이름으로 운동이 시작됐다. 올해가 두 번째 행진이다.


이날 탑골공원 앞은 150여 명의 참가들로 북적였다. 훤히 드러낸 어깨와 다리에 "내 몸 함부로 만지지 마"라는 글귀를 적은 여성 참가자들은, 주위 시선에 아랑곳없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남성 30여 명도 함께했다. 이들 중 일부는 여성 상의 속옷을 착용하거나 치마를 입었다.


사회를 맡은 '혜원'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잡년행진을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성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잡년행진 참가단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비유를 들며 여성들의 노출을 성범죄의 원인이라 보는 편견을 비난했다.


"야한 옷이 성폭행을 유발한다는 명제가 맞다면, 야한 옷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건인가. 커피전문점에서는 뜨거운 커피를 담는 컵에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쓰는데, 야한 옷을 만드는 의류업체도 옷에 경고문을 써야 하나."


군복 차림의 남성 참가자 송현민(연세대학교 3학년)씨는 "군생활 당시 부대에서 성범죄 현황 자료를 봤는데 1년에 약 380건이었다"며 "여성들이 야하게 입어서 성범죄가 일어난다는데, 그럼 남성뿐인 군대에서 성범죄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든 외모와 성별에 상관없이 강간 등의 성범죄를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성범죄의 원인을 여성 등의 약자에게 돌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의 권리 제약해선 안 돼"




▲ 28일 오후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앞에서 한 시민이 '잡년행진' 참가자를 바라보고 있다.

ⓒ 이주영

▲ 28일 오후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앞에서 시민들이 '잡년행진' 참가자를 바라보고 있다.

ⓒ 이주영


이날 탑골공원 주변에는 행진 전 문화제를 구경하는 시민이 많았다. 특히 공원 입구에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이 모였다. 일부 남성은 행사가 진행되는 1시간 내내 참가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노출 수위가 높은 참가자들을 흘깃했다.


일부 술 취한 노인들은 "덜 벗었다, 벗으려면 더 벗어라!" "벗은 애들이 너무 못 생겨서 보기 싫다!"고 참가자들을 향해 외쳤다. 한 노인은 "기자 정도의 외모면 봐줄만 할 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행사를 지켜보던 조원영(79)씨는 "요즘 식당가면 팬티가 보일 정도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을 자주 본다, 젊은 남성들의 성적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들의 권리를 짓밟으면 안 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남성들의 성적 충동을 자극하는 노출은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장호(65)씨는 "여성들의 노출에 시선이 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자유롭게 입을 권리를 제약하면 안 된다"라며 참가자들을 지지했다.


참가자들은 탑골공원에서 문화제를 마친 뒤, 청계천을 따라 중구 명동 예술극장까지 행진했다.

▲ 28일 오후 진행된 '잡년행진' 참가자들이 청계천 옆 거리에서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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