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구로구 희망일자리 참여자“침뱉지 마세요” 팻말들고 방역나서
년말련휴, 일자리 못구해 발길 돌려
2020년 12월 31일 새벽 일자리를 찾으러 모인 일용직 로동자들이 한국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교차로 일대 보도에 모여 있다.
“마스크 벗지 마세요!”
31일 오전 4시 30분께 한국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교차로에서 형광색 외투를 입은 수십 명이 횡단보도를 건너 도림로 오른편 보도를 에워쌌다. 중국어와 한국어로 ‘침 뱉지 마세요’라고 크게 쓰인 패말을 목에 건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 방역 지원을 하는 희망일자리 참여자들이였다.
이들은 지난 10월부터 새벽마다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일대에 열리는 인력시장에 나와 코로나19 생활 방역 지원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000여 명의 일용직 로동자들이 이곳에서 일자리를 기다리고 흥정하는 과정에서 한데 모여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셨다.
자칫 코로나19 무더기 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구로구는 지난 2월께부터 이곳에서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해 왔다. 여기에 서울시까지 힘을 보태면서 이곳에서 생활 방역 지원을 하는 희망일자리 참여자는 50여명이 됐다.
이곳에는 하루에도 일자리를 찾는 로동자들이 승합차 250~300대를 가득 채울 만큼 모인다. 희망일자리 참여자들은 “인원이 너무 많아 1~2m 거리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참여자 중 30여 명은 로동자들을 분산하고 나머지 20여 명은 일대 인력사무소 건물 입구에서 마스크를 벗거나 침을 뱉는 이들에게 경고를 준다.
이날 만난 서울시 일자리정책과 관계자는 “이전에는 인부들이 삼삼오오 담배를 피워 교차로에 담배 연기가 가득 찰 정도였는데, 3개월 새 눈에 띄게 거리가 깔끔해졌다”며 “오전 6시에 나오는 환경미화원이 쓸어 낼 게 없다며 놀랄 정도다. (코로나19)확진가가 한 명도 안 나왔다”고 설명했다.
오전 5시가 넘어가자 방한용 털모자에 목도리를 두르고 배낭을 멘 일용직 로동자들이 속속 나타났다. 신호가 바뀔 때마다 일자리를 찾으러 오는 이들과 일자리를 잡아 승합차를 타려는 로동자들 십수명이 횡단보도를 건너기를 반복했다. 30여 분 후에는 보도를 가득 메운 이들 사이로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 지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인력시장에서 만난 로동자들은 한파에 년말 련휴까지 겹쳐 “인력사무소와 로동자 다 오늘은 적은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헤럴드경제와 만난 40대 초반의 중국동포 유모 씨는 “어제와 오늘 모두 날이 너무 추운 데다 래일이면 새해라서 일하러 많이 안 나왔다”며 “기다릴 때에는 추워도 일하면서 땀이 나면 춥지 않다”며 근처 건물에 기대어 놓은 못가방을 보여 줬다. “5년 전 한국에 왔다”는 그는 그간 일식당에서 료리를 해 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최근에는 목공 일을 하고 있다.
새해를 하루 앞둔 이날 로동자들은 오전 6시가 다 되도록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50대 중국동포 A 씨는 “어제는 안 나왔지만 오늘은 일을 하러 나왔는데 일을 구하려는 사람도 없어 흥정도 하지 못했다”며 다른 로동자들과 아침 식사를 하러 자리를 떴다.
/조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