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세계 5위권(24명)이다. ‘과학대국’ 일본에서 코로나19 백신개발 소식이 나오지 않는 리유는 뭘가. 전문가들은 일본 특유의 느린 관료문화를 지목하며 구체적인 진단을 속속 내놓고 있다.
4월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매체들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중인 제약업체는 ‘안제스’와 ‘시오노기제약’, ‘다이이찌산교’ 등 5곳이다. 이중 가장 빠른 안제스가 지난해 6월 첫 림상시험을 실시한 뒤 500명 정도로 진행한 림상 2상의 결과를 분석중이다. 애초 올봄에 실용화를 추진했지만 수만명 단위로 실시해야 하는 대규모 림상시험은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성공하면 래년에 실용화가 가능하지만 이미 상용화된 해외 백신이 많은 상황이다.
일본이 백신개발에 뒤처진 리유는 초기에 정부 지원 부족, 까다로운 승인 심사, 백신에 대한 오랜 불신이 우선 꼽힌다.
일반적으로 백신개발은 다른 신약보다 성공확률이 떨어진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 백신개발에 2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시작전 수준의 ‘속도전’을 주문했고 제약회사의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하면서 10억딸라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반면 일본 정부의 초기 개발 지원 규모는 100억엔 정도에 불과했다.
관료집단의 융통성 부족이야말로 일본의 특징이다. 일본은 충분한 물량의 화이자 백신을 계약했지만 해외에서 승인을 받았더라도 자국내에서 반드시 림상시험을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승인 절차로 공급이 지연됐다. 일본의 의약품 관리는 철저한 안전성 위주로 유명하다. 이후 미국과 유럽이 전략물자로 지정하며 수출을 제한해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이자는 그나마 해외에서 승인이 끝나 일본에서 ‘특례승인’이란 절차로 해결됐지만 일본산 백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처럼 긴급사용허가(EUA)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리유이다.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은 백신에 대한 불신도 일본이 뒤처진 원인이다.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천연두 백신 등 예방접종 후 사망이나 후유증이 문제가 돼 소송이 많았고 최근에는 홍역·풍진(MMR) 백신 및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에 대한 사회적 론난이 뜨거웠다. 일본 국민의 백신 신뢰도는 2019년 영국 의학저널 랜싯 조사에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