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100년 가까이 지난 2012년 칭다오에도 한국발 변화의 바람이 분다. 바로 한국계 금융의 바람이다.
물론 여건이 좋지만은 않다. 세계 경제에 불어 닥친 암울한 기운도 걱정을 키운다.
하지만 한국내 은행들은 도전을 택했고 도전을 즐긴다. 8월 현재 중국엔 신한·우리·IBK기업·하나·외환은행이 법인을 설립해 활동 중이다. KB국민·산업은행은 중국 각지에 지점을 두고 있다.
특히 베이징과 상하이 등 '쏠림' 지역을 벗어나 새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는 게 새 기류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칭다오이다.
◇빨간불 켜진中경제···그래도 세계 경제 돌파구로 손꼽혀=중국의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7.6%. 2009년 2분기 이후 3년 만에 소위 '바오바(保八·8%대 경제성장률 유지)'가 무너진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로 위축된 세계시장이 수출중심 중국경제 전반을 흔든 결과다.
물론 중국경제가 2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결국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주체가 중국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13억 인구 내수시장이 중국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된다면 흔들리는 세계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얘기다. 한국계은행들의 중국 금융시장 진출도 이런 기대감에서 시작됐다.
중국에서 3년간 일해 온 한국계 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지급준비율 인하를 두 차례 단행했고 건설프로젝트를 재개하는 등 중국 정부가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한은행 칭다오분행 1층 영업점 외관.
◇항구도시 칭다오, 한국기업 6000여 개 진출 = '중국 속의 유럽' '하이얼·하이신 그룹의 고향' '맥주' '베이징 올림픽 요트경기장'. '칭다오'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중국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항구로 꼽히는 칭다오항 덕분에 칭다오의 대외 개방도는 높은 편이다. 일련의 단어들도 항구를 통해 만들어진 칭다오의 결과물이다.
특히 한국과 거리는 지리적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가깝다. 다양한 교류 덕이다. 칭다오에선 한국어만 해도 살아갈 수 있단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현재 칭다오에는 교민 약 8만 5000여명과 조선족 12만 명이 산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까지 칭다오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은 약 6000여 개로 집계됐다. 현재는 약 1100여 개가 정상 영업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위아, 효성강렴선, 포스코 등 대기업 뿐 아니라 각종 중소업체들이 청도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칭다오 광장 인근에 위치한 하나은행 칭다오분행.
◇기업 따라 칭다오 간 한국계은행들···이제는中인민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구계 은행들은 베이징, 상하이 중심에서 벗어나 각 지역에 분행(지점)을 늘려갔다. 칭다오는 그 중에서도 대부분 한국계 은행이 있는 도시다. 칭다오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많아지면서 한국은행도 하나 둘 청도에 터를 잡은 결과다.
신한은행은 2005년 칭다오 지점을 열었다. 2008년 법인화 이후 칭다오분행과 칭다오성양지행을 운영하고 있다. 지행은 분행보다 작은 규모의 영업점으로 조직도상 분행에 속한다.
하나은행도 2007년 청도 제1호 외자은행이던 칭다오국제은행을 인수해 하나유한공사를 베이징에 이전·설립하고 칭다오지점을 분행으로 전환했다. 현재 성양지행과 개발구 지행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IBK기업은행도 2009년 톈진에 법인을 설립하고 칭다오 지점을 분행으로 전환했다. 성양지행과 함께 운영 중이다.
IBK기업은행 칭다오분행 2층 영업점 내부.
흐름에서 보면 칭다오의 한국계 은행은 '이제 시작' 단계다. 실제 금융시장의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가 강한 탓에 한국계 은행들은 최근에야 직불카드 발급이 가능한 은행이 됐다.
정호철 신한은행 칭다오분행장은 "설립 초반 3년간 달러대출 외 업무를 할 수 없었다"며 "이후 중국은행감독국(은감국)에 건전성을 확인받는 등 일정한 절차를 밟아서 위안화 취급 등 업무 영역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제 한국계 기업·교민 위주 영업에서 현지 기업·중국 인민 위주 영업으로 변화를 꾀할 시점이 됐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공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중국은 모든 은행의 예대율을 75%로 규제하고 있는데 이를 맞추려면 위안화 예금액을 늘려야 한다.
조장행 하나은행 칭다오분행장은 "한국계 은행으로서 예대율 75%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며 "현지 인력을 고용하는 등 방안을 강구해 당분간은 예금액 확보에 신경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