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경제 > 경제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건설 명장] "떨어지면 수천억 날아가" 아찔 순간

[기타] | 발행시간: 2012.08.23일 00:01
[4] GS건설 예준희 현장소장

정유 플랜트의 심장 증류탑, 직원 40명과 6개월 설치 준비

땅에 떨어뜨리면 수천억 피해… 1㎜ 오차없이 수직 정렬해야

"해외공사 경험 후배들에게…" 정년 지났는데도 현장 누벼

지난해 12월 말 예준희(59) GS건설 현장소장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250㎞ 떨어진 루와이스 지역의 정유 플랜트 공사현장에 있었다. 100m 높이의 대형 크레인이 무게 1160t짜리 대형 증류탑(83m)을 수직으로 세우는 데 성공하자 한쪽에서 이를 지켜보던 예 소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증류탑을 세우다가 땅에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수천억원의 피해가 생기거든요. 공사기간도 1~2년가량 늘어나죠. 피해가 어마어마해 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지냅니다."

예 소장은 24년간 정유 플랜트 공사에 몸담아온 건설 전문가. 경북대 기계공학과 졸업 후 1979년 입사한 현대건설이 첫 직장. 1984년부터는 GS건설로 옮겨 플랜트 외길을 걸어왔다. 지금은 지난해 1월부터 루와이스 지역에서 32억달러(약 3조6320억원)짜리 정유 플랜트 공사를 진두지휘 중이다. 특히 핵심 시설인 '증류탑'과 '반응기' 등 대형 설비 설치가 전문이다.

▲ GS건설 제공

반응기와 증류탑은 한마디로 정유 플랜트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루와이스 현장에서 길이 46m, 무게 1160t에 달하는 반응기의 역할은 벙커C유와 같은 중질유를 부가가치 높은 에틸렌, 부탄, LCO(고유황 디젤유분)로 바꾸는 것. 증류탑은 반응기에서 나온 성분에서 독성물질인 황화수소를 제거해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

그가 20여년간 정유 플랜트를 만들면서 설치한 증류탑 등 대형 시설물 무게는 총 2만t에 달한다. 예 소장은 루와이스 증류탑을 설치하기 위해 40여명의 직원과 함께 6개월가량 준비기간을 거쳤다. 높이 80m가 넘는 증류탑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크레인을 찾기 위해 몇 주간 수십 종의 크레인 정보를 분석해 세계 최대 규모인 4300t급 크레인을 찾아냈다. 또 1000t이 넘는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수차례 테스트를 해가며 지반을 다졌고, 철골이나 콘크리트로 증류탑이나 반응기를 받칠 수 있는 지지대도 만들었다.

크레인으로 증류탑을 들어 올리는 날엔 공사현장은 하루종일 초긴장 상태다. 자칫 크레인의 팔 역할을 하는 붐(boom)의 각도가 1도라도 어긋나면 순식간에 균형이 무너져 증류탑이 땅에 떨어지는 사고가 날 수 있다. 증류탑을 일으켜 세우더라도 1㎜의 오차 없이 수직으로 똑바로 정렬하느라 몇 시간이 더 걸린다. 증류탑 아래에 두께 1~2㎜짜리 철판을 계속 받쳤다 빼는 일을 반복하며 기울기를 조절하는 것. 예 소장은 "증류탑을 설치하는 데 꼬박 3일이 걸렸다"며 "하루 작업에 수천억원이 왔다갔다하니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긴장한다"고 했다.

▲ 아랍에미리트의 루와이스 지역에서 예준희 GS건설 소장이 정유 플랜트 공사를 지휘하고 있다. 뒤쪽에 보이는 대형 설비는 작년 말 설치한 높이 83m, 무게 1160t짜리 증류탑이다. 작은 사진은 세계 최대 규모급(높이 100m) 크레인으로 증류탑을 세우는 모습. /GS건설 제공

최근엔 세계적으로 석유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연료를 만드는 시설이 계속 대형화하는 추세다. 크레인 등 각종 장비도 이에 맞춰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현장 근무자들이 겪는 난관도 아직 많다.

예 소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정유 플랜트 시설물은 크기, 무게가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요즘엔 사람이 개미만 하게 보일 정도로 큰 설비가 수두룩하다"며 "대형 시설물을 설치하는 과정을 컴퓨터로 사전에 치밀하게 시뮬레이션할 정도로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 플랜트사업을 맡으며 20년 이상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예 소장은 결혼생활 30여년 중 17년을 해외 공사현장에서 보냈다. 그는 아직 할 일이 많다. 정년(55세)이 지났지만 정유 플랜트 전문가로 인정받아 지금도 현장에서 뛴다.

"또 해외로 나간다고 하니까 가족이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그래요. 하지만 저같이 해외 공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일해야 회사도 앞날을 대비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정한국 기자 korejung@chosun.com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100%
10대 0%
20대 10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 길림일보사와 한국강원일보사, 전략적 협력 협정 체결 5월17일, 길림일보사와 한국 강원일보사는 한국 강원도에서 친선관계 체결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을 체결, 쌍방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올해는 길림성과 한국 강원도가 우호적인 성도(省道)관계를 수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지력장애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다

지력장애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다

취미유희 운동회 한장면 5월19일 34번째 전국 장애자 돕기의 날(매년 5월의 세번째 일요일)을 맞이해 연변지력장애자협회에서는 15일부터 16일까지 연길 오렌지호텔에서 기념행사를 벌였다. 올해의 장애자 돕기 행사는 ‘과학기술로 행복을 함께 누리자’를 주제로, 15일

동북도서교역박람회 분전시장 | 연길신화서점에서 기다릴게요!

동북도서교역박람회 분전시장 | 연길신화서점에서 기다릴게요!

-독서가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끈다 5월 17일, 제1회 동북도서교역박람회가 장춘국제회의전시쎈터에서 정식으로 개막된 가운데 당일 9시부터 연길시신화서점에서도 계렬 행사가 펼쳐졌다. ‘길지에서 만나서 책 향기를 공유하자’(相约吉地 共沐书香)를 주제로 한 이번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서장자치구 공식 방문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서장자치구 공식 방문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은 17일 오후 중국 서장(西藏)자치구를 방문해 라싸(拉薩)시 임위(任維) 부구장 등 지방정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한중 지방정부 교류 등에 대해 대담했다. 서장자치구 정부와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은 권기식 회장(왼쪽)과 임위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