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면허'놓고 갈등…애매한 업무범위 원인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국민 건강을 위해 협력해야 할 두 직종 종사자들이 연일 서로를 비난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번 갈등은 지난달 6일 양승조 민주통합당 의원이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개정안은 간호조무사의 명칭을 ‘간호실무사’로, 간호조무사 ‘자격’을 ‘면허’로 바꿔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간호조무사들의 숙원이기도 하다.
법안이 제출되자 간호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간호협회는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에게 면허를 부여해 간호사와 혼동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혼란을 초래한다”고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간호협회는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옥외집회까지 열기로 했다가 정치권의 중재로 잠정 연기했다. 그러나 간호협회는 법안 철회를 위해 100만 서명운동과 함께 올해 예정된 대통령 선거 개입을 선언하는 등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도 팔을 걷어붙였다. 복지부 장관과 국민을 상대로 호소문을 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실무사로의 명칭 변경을 반대하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으며 간호조무사 인력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서라도 법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53만 간호조무사를 상대로 민주통합당 모바일 선거운동 참여 운동을 벌이는 등 의료법 개정을 위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양측은 최근 간호등급제 시행 이후 병원에서 간호조무사 인력이 퇴출됐는지 여부를 두고 서로 다른 통계를 제시하며 설전을 벌이는 등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간호등급제는 병원의 간호사 고용 인원이 많을수록 의료수가가 높게 적용하는 제도다.
이러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갈등은 두 직종간의 ‘업무영역’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의료법에는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진료보조’,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를 ‘간호보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의료법 시행규칙에는 간호사조무사의 업무범위를 ‘간호보조’와 ‘진료보조’로 명시해 놓고 있다.
아울러 의료현장에서 환자나 보호자들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분하기 힘들다. 이로 인해 양측은 업무범위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직종 간의 싸움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양 직종이 국민 건강이라는 본질과는 무관하게 업무영역을 두고 다투고 있다”면서 “자기 직역의 이익을 위해 정치권까지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