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혐오스런' 경고그림 담뱃갑에 넣도록 법 개정하기로
[CBS 안성용 기자] 흡연자들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각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공공장소나 대로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어 정부가 흡연 위험성을 일깨워주는 '혐오스런' 경고그림을 담뱃갑에 넣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그림을 넣으면 흡연율이 2~3%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흡연 억제 효과가 가장 큰 담배 가격 인상안은 정부의 입법예고안에는 빠져 반쪽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국민여론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고,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담뱃값 인상에 대한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제적 상위계층보다 서민들의 흡연율이 높은 상황에서 담배가격을 인상할 경우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고 물가 인상을 부추길 것이 뻔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웬만한 커피 가격의 1/2에 불과한 낮은 담배 가격을 언제까지 놔둘 수는 없어 보인다. 선진국은 담뱃값이 커피가격의 2배 이상이다.
가장 최근에 담배 가격을 올린 2004년에서 8년이나 지났다는 점도 가격 인상 필요성을 더해 주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회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논의하면서 담뱃값 인상 문제도 거론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국회에서 판이 벌어지면 가격 인상 쪽에 힘을 실어 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이 담배세와 부담금을 매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책정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과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여서 정부가 제출한 국민건강증진법과 병합돼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국민 건강을 위한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정부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담뱃갑에 경고그림 부착 의무화는 19대 국회 초반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연운동단체의 전망이다.
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총장은 국회의원들이 많이 바뀌어 경고그림 부착 필요성을 인식하는 의원들이 많아졌고 정부가 직접 발의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예전의 의원입법보다는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으려는 시도는 17대와 18대 국회에서도 있었지만 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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