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표재민 기자]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이 두드러지는 악역이 없어도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우리네 현실과 빼닮았다.
지난 10일 방송된 ‘골든타임’ 18회는 인턴 이민우(이선균 분), 강재인(황정음 분), 유강진(지일주 분), 장혁찬(김사권 분)이 레지던트와 교수들 없이 개복수술을 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컨퍼런스와 당직 교수의 식사로 인해 응급실에는 인턴 4인방만 남은 상황. 35주 산모가 교통사고로 실려 왔고 빨리 개복을 하지 않으면 산모와 아기 둘 다 죽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민우는 개복을 해서 일단 두 사람 모두 살렸다.
아무리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해도 인턴이 수술을 하는 일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 외과과장 김민준(엄효섭 분)은 민우를 비롯해 인턴을 다그치며 혼을 냈다. 여기까진 그동안 민준이 인턴들을 사고만 치지 말라면서 엄하게 가르친 것과 일맥상통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민준은 인턴들이 없는 곳에서 레지던트가 했어도 같은 상황이었다면서 인턴들을 두둔했다. 박원국 환자를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려고 했고 그 환자가 죽을 지경에 이르자 슬그머니 손을 뗐던 얌체 민준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동안 ‘골든타임’은 민준을 비롯한 정형외과 황세헌(이기영 분), 신경외과 김호영(김형일 분), 응급의학과 나병국(정규수 분) 등 과장 4인방이 자신의 병원 내 입지를 먼저 생각하고 알력싸움의 중심에 있으면서 갈등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이들이 '못돼 처먹은' 악역은 아니었다. 비록 최인혁(이성민 분)이라는 실력도 인품도 뛰어난 의사와 비교되긴 했지만 이들도 기본적으로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의사로서 소임에 충실했다.
그리고 이사장 강대제(장용 분)에게 아부를 하고 어떻게든 과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모습은 고깝게 보이기보다는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로 더욱 느껴지게 했다. 이 드라마는 과장 4인방 역시 의사이기 이전에 조직에서 경쟁을 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일개 조직원일 뿐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절대 선과 악으로 인물을 구분 짓지 않았다.
이렇듯 ‘골든타임’은 억지스러운 전개도 시청자들에게 선과 악으로 가치 판단을 하도록 강요하지 않아서 병원 내 의사들의 이야기일지언정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이게 바로 드라마를 드라마로 안 만드는 '골든타임'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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