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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동에서 수필을 말하다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23.11.07일 10:40
단동에서 수필을 말하다

(심양) 서정순

8월 1일 단동으로 간다. 수필모임이 시작된 후로 처음으로 심양시를 벗어나는 모임이다. 봄이 오고 여름이 다가오자 사람들의 마음도 살아나는지 수필모임에서는 심양에서만 모이지 말고 단동이나 봉성으로도 한번 나가보자는 말들이 오갔다.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된 데는 단동에 최철 수필가, 봉성에 장문철 수필가가 있기 때문이였다. 빽이 있으면 무슨 일을 해도 마음이 든든하고 믿음이 생기니까. 두 분은 바로 우리 수필모임 단동, 봉성의 빽이였다. 녀자들 몇이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단동을 가자고 덜컥 결정을 해버렸다. 그리고 통보 비슷하게 내가 최철 수필가에게 우리 단동에 간다고 알렸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바깥을 별로 돌아보지 않는 녀자들은 어딘가 철부지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마음이 내킨다 하면 팔팔 끓는 쟁개비처럼 즉흥적이고 랑만적이고 열정적이다. 최철 수필가는 무척 당황했을 법도 하건만 제꺽 오시라고 하셨다.

며칠은 기분이 붕- 떠서 지냈다. 일주일전에 인터넷으로 표를 예약하고 수필도 한편씩 준비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런데 정작 나 본인은 그냥 기분만 둥둥 떠서 지내다가 7월 27일까지 글 한자 손도 대지 못하다가 낑낑거리며 겨우 락서같은 글을 써냈다. 마음은 뭔가 막힌 듯 개운하지 않았다. 매번 글을 쓴 후 내 마음에 괜찮다고 느껴지면 심신이 홀가분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머리에 뭔가를 뒤집어쓴 듯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래, 그래도 숙제는 완성했잖아, 심하게 나를 위안했다.

8월 1일 일찍 일어나야지 했는데 그만 늦잠을 자서 눈을 떠보니 벌써 6시 5분이였다. 기차시간은 심양역에서 7시 18분이였다. 불이 번쩍 나게 일어나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하고나니 6시 반이였다. 가방을 둘러메고 죽어라 뛰여나갔다. 아파트에서 지하철역까지 빨리 가면 10분 미만, 아파트 서쪽문을 나와 내딴에는 죽어라 뛰는데 다리가 말을 들어야 말이지, 뒤에서 경비원 총각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이모, 천천히 가세요. 넘어지겠어요.” 지하철 1호선에 올라 시간을 보니 6시 40분, 세 정거장을 경과하고 심양역에 도착하니 6시 50분, 지하철에서 내려 심양역 쪽으로 부리나케 뛰여갔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이냐? 안전검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었다. 까딱 잘못하다간 늦을 판인다. 단동을 간다고 호들갑을 떨며 야단을 쳤는데 정작 내 자신이 늦으면 뭐가 된담? 망신도 이런 망신이 어디 있을가. 무작정 앞으로 들어갔다. 제일 앞줄에 가서 기차시간이 늦어서 그러니 량해하라고 했더니 다들 머리를 끄떡끄떡, OK다. 세상에는 그래도 좋은 사람이 더 많아, 살짝 감동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시간을 보니 7시였다. 개찰구로 들어왔으니 후 한숨이 나왔다. 아직 18분,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도 시간을 다그쳐야겠다. 단동으로 가는 검표구는 어디지? 쭉 앞으로 나가며 좌우를 살펴보았다. 그 넓은 개찰구 중간 쯤 왔을 때 방송에서 나오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단동으로 가는 G8101 7시 18분 렬차가 1호 검표구에서 검표하고 있단다. 에잇, 이런 변이라구야, 개찰구로 들어와 곧바로 왼쪽으로 굽이돌면 있는 것을, 옆은 보지 않고 앞만 보는 바보, 속으로 탓하며 급히 1호 검표구로 오니 우리 팀들이 한눈에 안겨왔다. 모두들 좀 조급한 표정들이다. 평소에 일찍 일어나는데 어제 늦게 자는 바람에 6시 5분에 깨여나서… 변병은 언제 어느 때나 구차하다. 인차 줄을 서서 검표를 하는데 아, 오늘은 누가 나하고 한판 붙어보자는 건가. 이놈의 AR가 내 신분증을 알아보지 못하다니. 기차표를 샀다는 인증서를 보여줘서야 통과, 그렇게 늦게 나오는 나를 보고 황혜영 선생님 하시는 말씀, 참 느긋하다. 어쩔건가. 오늘의 내 행실이 나를 폭로하고 있으니. 쿨하게 인정.

렬차에서

렬차에서 문운룡 수필가와 내가 나란히, 그 뒤에는 황혜영 수필가와 김춘련 수필가가 앉았다. 김희자 수필가는 좀 늦게 표를 사는 바람에 다른 칸으로 배정되였다. 그 전날 김춘련 수필가는 나보고 이번에 행사 조직하느라 수고했으니 아침은 자기가 준비하겠다면서 그냥 오면 된다고 하였다. 참으로 소상하고 자상하다. 이런 분들과 함께 해서 언제나 즐겁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아침밥 준비하고 어쩌고 할 새도 없었다. 렬차가 떠나기 시작하자 김춘련 수필가는 자기가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풀었다. 오이장아찌, 김치, 소고기장졸임, 그리고 하아얀 이밥, 정말 감탄이 나왔다. 이 많은 것들을 언제 준비했대? 대체 몇시에 일어나 준비를 한거야? 그런데 또 문운룡 수필가는 집에서 밥을 먹고 왔단다. 와, 이 사람들 정말… 나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가야지, 이제 집에 가면 반성 모드로 열심히 살림을 해야지, 반성하며 김춘련 수필가가 건넨 도시락을 받아 웬 밥이 이렇게 많아 하며 먹는데 먹다 보니 어느새 거덜이 나있는 도시락, 원래 얻어먹는 게 맛은 더 있다니까. 고마워, 김춘련 수필가님!

렬차가 봉성에 도착, 장문철 수필가가 올라왔다. 옆에 자리가 비여있어서 김춘련 수필가가 옆칸으로 가서 김희자 수필가를 모셔왔다. 악수하고 인사하고 벌써부터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단동역에서

단동역에 내려 걸어 나오는데 앞장서 걷던 사람들이 누군가와 악수를 나눈다. 중절모를 쓴 남자, 바로 최철 수필가이다. 중절모를 써서 마치 미국 서부의 카우보이 같아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그의 뒤에는 까아만 원피스를 입은 우아한 녀자분이 서있었다. 단동의 리초선 시인이였다. 시작은 놀러가자고 했는데 단동에 내리니 웬지 국빈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그런데 우리를 더 숙연하게 하는 것은 최철 수필가가 준비한 프랑카드였다. 모택동 주석의 “형식이 있어야 내용도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최철 수필가는 준비한 프랑카드를 펼쳐보였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단동에서 만나다’라고 씌여있었다. 아, 어디서 비가 내리나? 왜 내 마음이 이렇게 젖어오지? 다른 분들도 몹시 감동하는 듯했다. 여기 온 사람치고 그 누가 바라지 않겠는가? 마음을 교류하고 령혼을 맑게 하는 문학인들의 만남을. 단동역에서부터 감동은 우리 마음에 내리고 있었다. 단동역에서 일동 챨칵.

단동지원군공원에서

단동역에서 최철 수필가와 리초선 시인이 마련한 큰 봉고차에 올라 압록강변으로 향했다. 단동, 압록강 하면 먼저 압록강단교가 떠오른다. 력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압록강단교, 단동에 오면 그 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 풍경을 머리에 떠올리며 내렸는데 와, 우리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저 푸른 초원 우에 구름 같은 집을 짓고’란 노래말을 떠올리는 쾌적한 공원이다. 단동의 지원군공원이다. 압록강변을 따라 쭉 이어진 지원군공원은 파아란 잔디가 펼쳐지고 록음이 우거지고 꽃들이 어우러져 너무나 아름다웠다. 록음 속으로 쭉 뻗은 길 따라 사람들이 한가롭게 산보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평화롭고 행복한 경상이다. 벤치에는 다리쉼을 하는 나이 지긋한 분들도 눈에 띄였다. 길 따라 걷노라니 록음 아래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색스폰 연주를 하는 분이 있었다. 황혜영 수필가가 흥에 겨워 나비 같이 나긋나긋 춤을 추자 최철 수필가가 그 투박한 팔로 황혜영 수필가를 리드하며 가볍게 춤을 춘다. 얼씨구나 좋다, 김희자 수필가가 나서고 나도 흥 따라 가락 따라 팔을 움직였다. ‘환장할 듯 환장할 듯 해빛이 흐르고’ 하얀 구름이 흐르고 음악이 흐르니 사람은 취할 수 밖에.

이곳에는 로신미술대학에서 창작한 조각들이 알맞춤한 곳에 놓여 있어 아주 특색이 있었다. 우리 일행이 머물어 사진을 찍은 곳은 ‘강을 건너다’(过江)란 조각 앞이다. 나젊은 지원군 청년들이 총을 메고 빽빽이 줄을 서서 압록강을 건너는 조각작품을 보니 초중도 채 졸업하지 못하고 중국인민지원군에 참군하여 전선으로 달려갔던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그때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 지원군에 참가했던 많은 사람들이 저 세상으로 떠났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쉽게 잊혀질 수 있는 력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예술로 승화시켜 공원에 진렬해 놓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버지와 같은 수천 수만의 나젊은 지원군전사들, 오늘날 우리들의 평화로운 생활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청춘의 대가와 희생이 숨쉬고 있다. 우리 일행은 조각 앞에서 지원군전사들처럼 자세를 취하며 일렬로 가지런히 서서 사진을 찍고 또 그 조각을 배경으로 프랑카드를 들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조각상들 중에서 또 인상이 깊은 것은 커다란 나팔과 구멍이 숭숭 뚫린 물통이다. 전쟁 속의 하많은 이야기를 하려는 듯 그 두 조각은 가없이 넓고 맑은 하늘아래 우뚝 서있었다.

쌍룡산 야영지에서

수필모임을 진행할 장소는 아름다운 공원이 아니다. 문학의 자양분은 많이는 자연에서 오고 또 문학인들의 정취나 정서, 감성 등도 자연에서 오는 경우가 흔하다. 그 점을 고려해서인지 최철 수필가는 우리 수필모임을 산수가 어우러진 쌍룡산 야영지로 잡았다. 단동에서 쌍룡산 야영지로 가려면 차로 한시간은 족히 가야 한다. 단동지원군공원에서 유람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봉고차에 올라 쌍룡산으로 향했다. 유유히 흐르는 압록강이 스쳐지나고 압록강단교가 스쳐지나고 저 멀리 조선의 땅 신의주가 아스라이 스쳐지나고 도시의 층집들이 지나가더니 봉고차는 차츰 시골로 들어서는 듯했다. 길 왼쪽에 옥수수숲이 보이고 시골집들이 보인다. 길 오른쪽으로는 산이 언뜻언뜻 강물에 실려 흐른다. 가는 구간에 내린 폭우로 움푹 파인 길들이 있어 봉고차는 출렁출렁 춤을 추며 달려갔다. 차안에서는 수시로 폭소가 터져나왔다. 희한하게도 최철 수필가 특유의 느긋한 말투가 섞이면 유모가 되니 즐거울 수 밖에.

드디여 목적지에 도착. 하늘은 파랗고 그래서 한 여름의 태양은 더욱 야무지게 폭양을 퍼붓고 있었다. 그런들 어떠랴. 폭양만큼 문학을 향한 열망도 뜨거웠으니. 텐트 안쪽에 좌석을 배치한다, 프랑카드를 건다 하며 한참 바삐 보낸 후 우리 일행은 정숙한 마음으로 모여 앉았다. 서정순 수필가의 사회로 리초선 시인의 시감상부터 시작되였다. 자연 속에 있는 모든 현상이나 사물들, 그리고 시인의 일상 모두가 리초선 시인의 시적 소재이다. 〈다섯시 반의 노을〉, 〈개기월식〉, 〈침묵의 징검돌〉, 〈숲과 새〉, 〈길〉, 〈리별〉, 〈회우〉, 시인의 섬세한 내심세계가 꽃무늬처럼 새겨진 아름다운 시들을 우리 일행은 한사람도 빠짐없이 돌아가며 랑송했다. 시 〈다섯시 반의 노을〉, 황혜영 수필가의 진지하고 랑랑한 소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울리고 있었다. 다섯시 반이면 어떻고, 여섯시 반이면 어떠랴. 노을 속에 저물어가면 또 어떠랴. 중요한 것은 멋스런 사람들이 만나 멋스런 순간들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김희자 수필가는 자연의 현상인 개기월식이 어떻게 시로 씌여질 수 있냐며 시인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했고 한번도 시를 랑송한 적이 없다며 점잖은 피우던 장문철 수필가는 남자 아나운서 못지 않은 매력적인 목소리로 〈리별〉이라는 시를 랑송했고 문운룡 수필가는 “아, 다섯시 반이 이런 뜻이였구만.” 해서 좌중을 웃겼다. 김춘련 수필가는 시 〈침묵의 징검돌〉을 쓰게 된 창작동기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봤다. 친구를 만나고 돌아올 때의 허전했던 감정을 리얼하게 표현한 시 〈회우〉는 일행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최철 수필가는 “리초선 시인이 시를 쓰기 시작한 시간은 길지 않지만 그의 시는 감각이 남다르며 짙은 서정이 있고 여운이 있다. 시인의 일상은 감성과 삶의 서정이 유착되여 있고 시는 숨결처럼 시인의 생활에 밀착되여있다. 시는 시인에게 꿈처럼 희망같은 지향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시인이 시를 쓰게 된 창작동기를 눈 앞에서 직접 듣고 의문을 가졌던 부분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는 즉시 해답을 하는 이번 시감상 시간은 시란 무엇인지, 시적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 짧지만 깊은 뜻이 함축되여있는 시를 알아가는 진정한 문학수업의 현장이였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그다음 이어진 것은 자작수필 랑송이였다. 수필 〈참으로 복이 많으십니다!〉(김정식 창작 , 김희자 랑독), 〈바다의 숨결〉(황혜영), 〈미술 콤플렉스〉(외 2편, 김춘련), 〈단동으로 달리는 마음〉(서정순), 〈황진이의 청산과 록수, 그리고 님〉(최철), 〈황토고원이 황토색이 아니여라〉(문운룡), 〈조선어의 약화는 조선족교육하강의 까닭〉(장문철) 등 수필들이 제출되였다. 수필가 본인이 자기의 글을 읽고 모두들 심열이라도 하는 듯 원고를 보며 주의깊게 듣고 있었다.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자작수필에 대해 장점은 빼고 단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진정성있는 건의는 사람을 진보하게 하는 보약과도 같은 것이다.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은 발전의 시작이다.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는 것도 여럿이 함께 하면, 특히나 전문성을 갖춘 최철 수필가와 같은 분이 계시면 더욱 승화가 되기 마련이다. 그날, 우리 일행은 수필의 소재와 구성, 표현 기법, 작품 발표, 독자들과의 교류 등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론의를 했다. 특히 과거 추억 소재에 많이 집중되여 있는 현단계 수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교류하면서 발전하는 세상에 발맞춰 현실 감각적인 수필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시간은 벌써 한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주 늦은 야외 점심식사시간이다. 리초선 시인이 정성 들여 차린 진수성찬에 모두들 혀를 내둘렀다. 신선한 해물들, 소고기, 갈비, 명태, 두부초밥, 떡, 호박죽, 샐러드, 야채, 가지수도 많았고 량도 너무 푸짐했다. 다들 무척 감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해하였다. 단동에서 맛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리초선 시인은 어떤 음식이 일행의 입맛에 맞을지 몰라 몇날 며칠을 고민하며 준비했다면서 준비하는 동안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해 더욱 감동을 주었다. 그 깊은 마음, 넉넉한 씀씀이, 도대체 문학이란 무엇인가? 겨우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 아직 초면인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로력과 정성과 마음을 다 바치게 하는 이 문학, 문학은 정말로 최철 수필가의 한줄 시처럼 ‘들어갔다가 나오기 힘든 함정’일가.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함정이래도 행복한 함정인 것만은 틀림없다. 음식들 하나 하나의 맛이 일품이였고 시장한 일행은 허리띠를 풀어놓고 만포식하였다. 점심식사를 하며 다하지 못한 수필교류를 마저 하자고 했는데 음식에 취하고 이야기에 취하니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최철 수필가와 장문철 수필가의 수필은 다음 수필모임에서 교류하는 거로.

식후경을 했으니 이번엔 금강산 구경을 해야 하지 않을가. 푸른 청산아래 맑은 계곡물이 소리쳐 손짓하고 있다. 오랜만에 하아얀 조약돌을 본 것 같다. 맑은 날씨와 가장 잘 어울리는 명랑한 두 사람이 제일 빨리 뛰여가 풍덩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황혜영 수필가와 김춘련 수필가다. 하늘거리는 옷자락을 펼쳐 춤사위라도 펼치듯 계곡물 속에서 깔깔거리는 두분은 분명 명랑소녀가 틀림없다. 이 시각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할 뿐. 멀리서 셔터를 누르는 분들은 역시 듬직한 신사분들, 김희자 수필가, 리초선 시인도 풍덩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나는 여름이라도 계곡물에 들어서는 것을 많이 주저하는 편이지만 조심스레 신을 벗고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고 매끄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희열이다. 하하하, 호호호 요즘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김춘련 수필가는 몸매에 자신감이 생겨 물속에서 찰칵하느라 요란하다. 덩달아 모두들 기분이 좋다. 프랑카드를 갖고 와 또 찰칵. 정 가득, 즐거움 가득, 행복 가득, 오늘 누가 우리보다 즐거울거며 누가 우리보다 행복할손가.

단동라디오텔레비죤방송국 조선어프로그램역제부에서

오후 3시 쌍룡산 야영지를 떠나 단동라디오텔레비죤방송국에 도착하니 4시가 넘어 있었다. 방송국의 책임자와 편집이 문 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한명이 “선생님!”하고 불러서 깜짝 놀랐다. 여기서 내가 배워준 학생을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금년 봄에 이곳으로 왔다는 박해연양은 지금 편집부에서 번역 일을 하고 있었다. 나의 제자가 우리말과 글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니 참으로 감개무량하였다. 우리 일행은 안내대로 방송국을 돌아보고 방송국 소개를 들었다. 단동라디오텔레비죤방송국 조선어프로그램역제부는 2016년에 세워져 처음에는 하루에 반시간 방송하던 것이 지금은 하루에 4시간 반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주로는 뉴스를 방송하고 우리 민족의 문화와 풍속을 알리고 문학감상프로로 문학작품을 알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편집실에 들어갔을 때 나젊은 녀성 편집 몇이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손에서 조선어프로그램들이 완성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대견해 보였다.

단동에 조선말로 된 방송이 있다는 것은 알게 된 것은 최철 수필가의 문학감상프로 덕분이다. 최철 수필가는 단동라디오텔레비죤방송국 조선어프로그램역제부를 세상에 알리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최철 수필가는 이 문학감상프로를 통해 중외 시인들의 명시 그리고 료녕의 조선족 시인 작가들의 작품을 평론하여 시청자들에게 문학의 향연을 안겨주고 문학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으며 문학을 좋아하는 초학자들에게 큰 계발을 주고 있다. 이 문학감상프로는 료녕 조선족 문단의 작가 시인들에게는 백락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글을 읽어준다는 것은 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무한한 행복이다. 거기에 그 누가 문학평론까지 해준다면 그것은 푸른 초원의 오아시스처럼 작품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최철 수필가의 문학평론은 한편 한편이 시이고 아름다운 수필이다. 매 한번 문학평론을 준비할 때마다 얼마나 정성을 들이고 신경을 쓰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단동라지오텔레비죤방송국 조선어프로그램역제부는 료녕 조선족 문학인들에게 참으로 고마운 곳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문화와 전통을 널리 알리며 날로 번영하기를 기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점심식사를 너무 거하게 해서 하나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하지만 최철 수필가는 저녁식사를 위해 단동에서 가장 핫한 식당을 미리 예약해놓았다. 너무 받기만 해서 과하다고 했더니 그는 이 식당 카운터에 있다는 글귀를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더 무엇을 말하겠는가.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되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벅찬 일이다. 그 벅찬 감정은 앞으로 쭉 또 다른 사랑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기만의 색갈과 향기로 어우려졌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들이 있어 단동에서의 모임이 가능하지 않았던가. 사람을 사랑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 그것이 행복한 일임을 나는 그날 절실히 느꼈다.

만남은 언제나 리별과 함께 다가온다. 떠날 시간이다. 아쉬운 정을 뒤로 한 채 단동역으로 향했다. 리별은 또다른 만남을 위한 것이니까. 보슬비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정이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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