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9일(현지시각) 전 세계에 출시한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OS) ‘iOS6’의 지도서비스가 부실 논란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구글맵을 대신해서 애플의 자체 지도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부정확한 데이터와 각종 오류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는 모습이다.
애플 지도서비스로 미국 뉴욕의 윌리엄스버그브릿지를 찾자 다리가 일그러진 채로 나타났다. 지도에 쓰인 데이터를 제대로 검수하지 못한 탓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레터맨 디지털아트센터는 링컨 디지털아트센터로 잘못 표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와대가 청화대로 표기되며 논란이 됐다. 캐나다 토론토 공항 활주로는 울퉁불퉁하게 표현돼 미국의 IT 매체인 씨넷이 “비행기가 착륙할 때 약간 튈 것”이라고 농담을 할 정도다.
▲ 애플 지도서비스에 나온 미국 뉴욕의 윌리엄스버그브릿지. 다리와 도로가 상당부분 일그러진 채로 나온다.
애플의 새 지도서비스가 부진한 틈을 타고 경쟁사들의 반격도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iOS6 출시와 같은 날 안드로이드용 구글맵을 더욱 강력하게 업그레이드했다. 노키아는 애플의 지도서비스를 깎아내리며 자신들의 지도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 스마트폰 전쟁 대리전 펼쳐진 지도서비스
애플은 iOS6에서부터 자체 지도서비스를 탑재하고, 구글맵을 제외했다. 유튜브와 함께 아이폰 이용자들도 즐겨 사용하던 구글맵이 사라진 이유는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특허 공방을 벌이는 등 안드로이드 진영과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구글의 지도서비스에 계속 힘을 보태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애플이 자체 지도서비스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한동안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애플은 구글과 달리 자체 지도서비스 인력을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톰톰, 오픈스트리트맵 같은 외부의 지도데이터를 모아서 지도서비스를 만들었다. 직접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을 촬영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구글보다 지도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iOS6의 지도서비스는 제대로 검수를 하지 않은 기초적인 오류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온라인 지도서비스의 최강자인 구글은 iOS6가 출시되는 날 안드로이드용 구글맵을 업그레이드하며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2005년부터 지도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은 3000여개 도시의 사진을 직접 찍었고, 전 세계 대중교통에 대한 정보도 모으고 있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는 여러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구글맵을 한 번에 동기화할 수 있는 기능도 선보였다.
▲ 스마트폰 경쟁에서 애플에 밀리고 있는 노키아가 지도서비스를 발판으로 오랜만에 애플에 공세를 가하고 있다.
과거 휴대폰 시장을 이끌었던 노키아도 오랜만에 애플에 반격을 가할 기회를 잡았다. 노키아는 자신들이 개발한 위치정보서비스인 ‘Nokia Drive’와 ‘Navteq’를 홍보하며 “제3자가 개발한 지도를 라이센싱만 하면서 광고로 돈을 벌려는 경쟁사와 달리 노키아는 지도서비스를 직접 개발한다”고 밝혔다. 노키아는 “지도서비스는 정확한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기능이 필요하다”며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애플의 부실한 지도서비스를 겨냥한 것이다. 아마존도 최근 독자적인 지도서비스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 애플 자체 지도서비스 파급력은 무시 못해
당장 애플의 자체 지도서비스가 혹평을 받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의 지도서비스라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구글맵처럼 애플의 지도서비스도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화되면 지도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애플의 음성인식기능인 시리(Siri)는 턴바이턴 내비게이션 음성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금은 iOS6의 부실한 지도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지도서비스가 안정화되면 이후 내비게이션 시장을 장악할 정도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는 애플의 부실한 지도서비스가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글맵 의존도가 높은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포털업체의 지도서비스와 통신업체의 내비게이션 사용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나 다음지도가 구글맵보다 정확한 상태에서 구글맵이나 애플의 자체 지도서비스나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구글맵과 연계한 위치기반서비스(LBS) 애플리케이션 등을 제외하면 애플의 지도서비스가 바뀐 걸을 일반인들이 체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