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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의 예술작품 사계절의 교향곡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9.27일 13:34
-리덕수 《산수풍경 미술작품전》관람 후감

리덕수 《산수풍경 미술작품전》을 관람하고 포스터옆에서 기념사진을 남긴 허동철 한경자 부부.

세인들은 우리 민족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있는 리덕수를 그의 높은 덕성과 업적으로 하여 정치가로서만 알고있지 그가 미술에 그토록 조예가 깊은 사람인줄은 미처처 모르고있을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길림신문》에서 리덕수그림전에 대한 기사를 보고 주로 그 사람을 보고 미술전을 펼친것이겠지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도 또 웬지 어느 정도 호기심도 생기고 하여 무작정 전시관을 찾아갔다.

그림은 춘하추동 사계절 차례로 전시되여있어 감상하기에 무척 편하였고 그림들은 뜻밖으로 너무나 훌륭하였다. 나는 심금을 울려주는 그 그림들앞에 멈춰선채 오래도록 자리를 뜰줄 몰랐다.

《따뜻한 봄》, 유유히 흘러가는 강 그 수면에는 아름드리 몸통은 드러내지 않고 가지만 우거진 수양버들이 휘휘 휘늘어져 날씬한 자태를 뽐내고, 강뚝의 울창한 푸른나무숲과 흰구름 감도는 쾌청한 하늘이 비낀 그 강물에서는 한쌍의 오리가 그림자를 그려가며 한가로이 노닐고있다. 강뚝의 그 나무숲뒤로는 요동치듯 울쑥불쑥한 푸른 산 령마루가 보란듯이 모습을 드러내고.

《따사로운 봄》과《원야》,《푸른강》 등 봄을 구사한 7폭의 그림은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찾아온 봄날에 만물이 소생하는 기상이 살아나 생동감을 자아냈다. 《언덕우의 소》, 하늘의 비구름을 비껴담고 유유히 흐르는 푸른 강기슭에 크고작은 몇그루의 나무와 건너편 강뚝을 꽉 메운 나무숲이 푸르싱싱 여름의 무성함을 자랑하고있다.

그 큰 나무 작은 나무를 둘러싼 풀밭에는 두마리의 황소가 보인다. 한마리는 고개숙인채 풀을 뜯어먹느라 여념없고 다른 한마리는 고개를 버쩍 쳐들고 저 멀리 바라보고있다. 그리고 나무와 가까운 강뚝 푸른 언덕에서는 두 사람이 채양이 큰 흰모자를 쓰고 낚시질한다. 한사람은 고스란히 앉아서 낚시줄만 지켜보고 한사람은 고기라도 잡힌듯 꿋꿋이 서며 낚시대를 추켜들고있다.

그제날 밭갈이와 싣걱질을 도맡아하던 황소, 농사군에겐 없어서는 안되는 황소라, 황소는 봄의《원야》(原野)에서도 볼수 있다. 화가가 필묵을 아끼지 않고 거듭 그림에 담은 이 황소화폭은 그만의 애착심과 아울러 고향건설을 위해 몸 바쳐온, 지금도 게으름 없이 이바지하고있는 화가의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는듯싶다.

그림에는 또 전 주 낚시경연에까지 나선 수준급낚시군 화가의 다양한 생활자취가 흥미롭게 남아있다.

《금빛가을의 산책》(秋色漫步), 푸르고 노랗고 발그레한 록지 한가운데에 가로 누운 보행길, 보행길을 건너지른 이름 모를 나무, 나무의 길다란 몸통은 혹은 동그스름하게 혹은 우불구불 곡선미를 자랑하고, 그 몸통에서 가로세로 뻗은 가지에는 새노랗게 물든 나무잎이 대롱대롱 매달려 무르익어가는 가을을 속삭인다. 바로 그밑으로 목도리까지 두른 늦가을의 옷차림을 단정히 한 두쌍의 백발의 늙은 량주가 여유있게 거닐고있다. 한쌍은 어깨 나란히 한쌍은 팔을 끼려 하면서. 그리고 보행길량켠에는 울긋불긋 물든 나무숲이 있고 그 숲사이로는 해맑은 하늘이 보이고 창문이 달린 아빠트도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야말로 선조들이 개척한 이 땅에서 풍요로운 자연과 더불어 시름없이 살아가고있는 로인세대들의 생활을 실감케 하는 한폭의 그림이였다.

《눈속의 두루미》, 얼어붙은 강기슭의 눈세계와 싯누렇게 말라버린 갈대숲사이에 날개를 쳐들고 금시 하늘에 날아오를듯하는 한쌍의 두루미가 바닥에 있고 창공에는 고향이 그리워 끼륵끼륵 애절하게 울며 찾아가는 또다른 한쌍의 두루미가 있다. 여운을 남기는 이 그림은 화가의 고향사랑이 얼마나 절절한지를 말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설산의 진달래》, 진달래는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화(州花)로서 더구나 눈속에 피여나 백의민족의 꽃이라는 의미를 더해주고있다. 혹시 사람들은 진달래는 봄에 피는데《설산의 진달래라니 웬말이냐》고 의문을 가질수도 있을것이다. 아니다. 진달래는 3-4월에 피는데 이때는 뭇산의 양지쪽에는 눈이 녹아있지만 음지쪽에는 여전한것이다. 화가가 음달을 택하고 그렸는데 그야말로 세심한 관찰력과 기발한 구상을 엿볼수 있는 그림이였다.

《눈속의 천지》, 천길 수심을 지닌 맑은 천지물에 천지를 병풍처럼 둘러싼 장백산의 최고 봉우리들은 흰눈에 감싸인채로 천지에 비껴있고 흰눈을 쓰고 천지가의 외딴 곳에 자리한 큰 바위는 마치도 천신만고를 이겨낸 백의민족의 굳은 절개를 자랑하듯 우뚝 서있다.

화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무쌍한 천지의 모습을 《천지》《신산성수》(神山圣水)에도 담았다. 거기에다 《장백산 운해》(长白山云海),《장백산폭포》 그리고 두폭의《은환호(银环湖소천지)》까지 하면 39폭의 전시작품가운데 장백산그림이 9폭이나 차지한다.

조국의 명산이고 우리 민족의 성산인 장백산 그리고 그 최고봉에 자리한 우리 민족의 젖줄기인 천지는 화가의 붓끝에서 더욱 장려해보이고 더더욱 신비로워 보인다.

정작 나름대로 소감을 여기까지 쓰고보니 불쑥 명인들의 말씀이 떠오른다. 중국 회화명가인 제백석(齐白石)은 그림의 오묘함은 《비슷하거나 비슷하지 않은것 중간에 있다. 너무 비슷하면 세속에 아첨하는것이고 비슷하지 않으면 세상사람들을 속이는것》이라고 하였다. 해내외로 명망높은 남해근(南怀谨)은 《글은 말의 뜻을 다 표현할수 없고 말은 생각을 다 표달할수 없다》고 하였다.

리덕수의 산수풍경화야말로 그의 고향에 대한 심심한 사랑과 감정이 슴배여서인지 아니면 그만의 특이한 구상과 색채다룸에서인지 필자에게 던져준 그 감동은 자연의 산수 그자체보다 훨씬 더 크고 더 깊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같은 감동을 고스란히 글에 담지 못해 그저 안타까울따름이다.

화가의 고향사랑을 언급하고나니 불시로 그이한테서 그제날 고향을 노래한 가사를 부탁받았던 일이 생각난다. 1981년 음력 그믐날 저녁, 연변문예계 음력설련환모임이 있었는데 리덕수서기는 필자를 불러 《오래 오래 앉으세요》가사를 언급하고나서 이번에는 연변을 노래한 가사를 써달라는것이였다. 며칠후《사과배동산에서》라는 가사를 써가지고 리서기를 찾아가니 그는 참 마음에 든다며 이제 합평회의를 열겠는데 자신이 직접 주최하겠다고 하시는것이였다.

필자는 이한 사실에서만도 그의 고향에 대한 애정은 하루이틀사이에 갑자기 생겨난것이 아니라 퍽 오래전부터 가슴에 심어두고 키워왔다가 시간적 으로 좀 여유가 있는 이 시점에 그림으로 표출시킨것임을 심심히 느낀다.

리덕수의 그림전은 예술의 진수는 기교가 아니라 감정이라는것을 또 한번 깨우쳐주고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세차게 소용돌이치는 여운을 안고 포스터옆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문을 나섰다. 그리고 필자는 산수풍경화가 풍기는 그 향기를 혼자만 향수하기는 너무나 아쉬워 이튿날 집사람까지 동원하여 함께 가 한번 더 감상했다. 그러고나서도 성차지 않아 한동네에 사는 연변대학복지병원 최운산교수와 연변대학의학부 장선옥교수한테도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들 내외는 선뜻 찾아가서 39폭의 그림을 몽땅 카메라에 담아가지고 와 컴퓨터에 저장해놓고 수시로 감상하군 하였던것이다.

리덕수의 《산수풍경 미술작품전》은 우리 민족의 최대명절인《9.3》 60돐에 즈음해 펼쳐진데서 그 의의를 다하게 되였고 미술작품에 반영된 인간적미덕으로 하여 그의 인격 또한 한결 더 승화되지 않았나싶다.

필자는 확신한다. 관람 그 자체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줄것이고 풍경화가가 풍기는 그 향기는 이제 고향건설, 조국건설의 동력으로 전환될것임을.

/ 허동철(원 길림신문사 부총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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