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정욱 기자]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싸이가 지난 4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무료 공연을 갖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경찰 추산 8만명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주최측은 10만명이 넘을 거라고 했다. 이미 공연 시작 단계에서 추산된 관객의 수만 7만명. 맨 앞줄에는 60대 할머니, 40대 중년 남자와 함께 10대 소녀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엄마의 손을 붙잡고 온 세살 남짓 된 아들 등 어린이, 청소년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지난 4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무료로 열린 가수 싸이의 콘서트 풍경이다. 남녀노소 구분 없는 시민들의 축제였다. 공연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싸이의 오프닝곡은 ‘라잇 나우(Right Now)’였다. 지난 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도 오프닝곡이었으며 싸이 공연에서는 빠지지 않는 노래다.
이 노래는 지난 2010년 12월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았다. 가사 중 ‘웃기고 앉았네/ 아주 놀고 자빠졌네/ 혼자 북치고 장구 치고/ 아주 생쇼를 하네’라는 부분이 비속어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노래가 울려 퍼지자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껑충껑충 뛰고 팔을 흔들며 공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어린이들도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함께 나온 부모들도 혹시 자녀가 가사 속 비속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까 걱정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자녀와 함께 공연 분위기를 즐겼다.
싸이는 시작에 앞서 “오늘 공연은 하는 공연이 아니라 함께 해내야 하는 공연”이라고 했다.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은 관객 수에 혹시 일어날지 모를 사고를 우려해 “한국 사람들의 질서의식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강조하며 “지금 계신 자리 외에는 이동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공연을 즐기다 탈진과 가벼운 부상으로 14명이 병원에 이송되기는 했지만 큰 사고는 없었다.
20년 전인 1992년 2월 미국 보컬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내한공연 때는 관객들이 무대 가까이 접근하려다 연쇄적으로 넘어지면서 7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공연, 음악을 즐기는 대중의 자세가 크게 성숙했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반면 공연과 음악에 대한 정부 산하기관의 심의잣대가 그런 대중의 성숙도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사의 전체적인 흐름, 실생활에서의 사용 정도를 감안하지 않은 채 비속어, 술·담배 용어 사용 곡들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돼 제작자, 가수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여가부는 합리적으로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단을 위해 지난해 10월 심의세칙을 제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오는 10일 ‘라잇 나우’ 등 청소년 유해매체물 재검토를 한다고 한다. 여가부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가 이번에는 어떤 결과로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김은구 (cowbo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