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린 평균 주택 가격 5년간 23% 뛰어
- 저금리 틈타 투자자들 안전한 부동산으로 몰려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몇 개월 전 압류 주택 경매 법원에 갔다왔던 아리안 야수스는 독일의 부동산 붐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102제곱미터, 8만6000유로 아파트 하나에 60명 이상의 구매 희망자들이 몰려들었던 것. 치열한 경쟁 끝에 특별한 지리적 이점조차 없었던 이 아파트는 예상가보다 두 배이상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야수스씨는 “2년 전만해도 볼 수 없었던 믿을 수 없는 광경”이라고 말했다.
독일이 수도인 베를린 등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해 ‘버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리서치 업체 F+B는 베를린 평균 주택 매매 가격이 지난 5년간 23% 상승했다고 밝혔다. 주택 중간가격(median price) 기준으로는 가격 상승폭이 더 가파르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존스 랑 라살은 베를린의 주택 중간가격이 지난 6월까지 1년간 20% 뛰었으며 2009년부터는 37.5% 올랐다고 발표했다.
독일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는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금융위기가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 부담이 다소 줄어든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채권 등 위험부담이 큰 투자처보다는 상대적으로 견고한 수익을 내는 부동산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또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효과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를 우려하고 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북유럽 등 해외투자자들이다. 안네 리니 엥겔앤볼커스 이사는 “투자자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을 꺼리면서 유럽 내 안정적인 경제국인 독일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갑자기 달아오른 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독일 통일 당시에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시장을 왜곡시켰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역시 올해 독일, 특히 베를린가 뮌헨 등 대도시의 주택 가격 상승폭에 대해 “경제 펀더멘털만으로는 극히 일부만 설명가능한 현상”이라고 경고했다.
안혜신 (ahnhy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