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연기자 부문에서 올 상반기는 김수현(24), 하반기는 송중기(27)가 각각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가수 쪽에서 상반기는 버스커버스커, 하반기는 싸이가 존재감을 입증한 해이기도 하다. 연기자건, 가수건 최고의 스타가 되려면 실력(연기력, 가창력)뿐만 아니라 남들이 지니지 못한 감성과 매력, 스타성을 부각시켜야만 한다. 이 점에서 송중기는 김수현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송중기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서 세상 어떤 여성에게도 희생적인 사랑을 할 것 같은 강마루 역할로 여심을 사로잡았고, 개봉 19일 만인 지난 18일 500만 관객을 돌파한 판타지 로맨스 영화 ‘늑대소년’에서는 철수라는 애완남을 연기해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착한 남자’는 스토리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극한적인 설정으로 가득차 있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라고는 하지만 한 번도 20%를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송중기를 보기 위해 드라마를 시청한 여성들이 적지 않다. 송중기가 올려준 시청률이 꽤 될 것 같다. 남자로서의 송중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로맨스 사극 ‘해를 품은 달’과 영화 ‘도둑들’에 출연한 김수현은 겉모습은 아이 같은데, 가까이 가면 남자 스멜이 나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다. 그래서 성인 여성들이 김수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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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와 만난 송중기에게 자신의 매력을 물어봤다. “우유 같은 이미지라는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라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유난히 뽀얀 피부, 여자보다 모공이 더 작은 피부는 ‘성균관스캔들’의 자유분방한 캐릭터 구용하를 연기할 때 이미 드러났다.
우유 이미지는 순수와 깨끗함, 무균(無菌) 등과 연관된다. 송중기는 겉으로는 하얗지만 속으로는 묵직한 그 무엇이 있다. 자신의 실제 성격을 “까칠하지만 정(情)이 있는 남자”라고 설명했듯이, 의외의 남성미가 송중기 속에서 꿈틀댄다.
송중기의 본격적인 인기는 ‘성균관 스캔들’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미소년 속에 있는 강함과 차가움 등 남성미는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성인 이도 역의 한석규와 맞짱 연기를 선보여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렬하게 발현됐다. ‘착한 남자’에서 한재희(박시연 분)를 향해 냉정하게 행동할 때도 그럴듯해 보이는 것도 이런 남성미가 바탕이 됐다. 물론 속에 있는 남성미를 끄집어내는 데에는 송중기의 좋은 발성과 연기력이 한몫했다.
확실히 그의 중저음 목소리는 스타성을 더한다. 다큐 ‘남극의 눈물’에도 어울리는 내레이션이 ‘착한 남자’에서도 강마루의 감정을 드러내는 내레이션으로 잔잔하게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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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는 순정남을 좋아하는 듯했다. “남자에게 첫사랑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존재다. 저도 결혼해도 못 잊을 것 같다. 첫사랑의 코드가 담긴 ‘건축학개론’을 세 번이나 봤다. ‘착한 남자’에서도 서은기(문채원)보다도 한재희에게 더 마음이 갔다.”
송중기가 연기한 강마루는 사랑하는 여자 한재희의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행을 택하고, 아버지의 사망으로 멘탈 붕괴된 서은기가 낸 교통사고로 죽을병에 걸리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서은기 대신 칼을 맞고도 모른 채 하며 사라진다. 이런 강마루 캐릭터가 납득이 되었냐고 물었다. 그는 “공감이 갔다”면서 “캐릭터에 감정이 이입돼 수시로 울컥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사랑과 복수, 미련, 집착의 감정을 담아 한재희를 부르는 “누나”가 최고의 명대사라고까지 말했다. 이런 송중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는 여성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중기는 중학교 때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했으나 부상으로 연기로 인생의 꿈을 바꿨다. 운동선수가 갖춰야 될 겸손과 뚝심은 일찍 체득했다. 스타가 되고 나면 이미지 관리상 겸손을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송중기가 보여주는 겸손함과 단단함은 롱런을 예고한다. “인기는 행복을 주지만 연예인병에 안 걸리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 진솔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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