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들로 입양했던 내연남을 죽인 60대 여성과 살해에 가담한 친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골프장에서 만난 내연남 C(42) 씨를 양아들로 위장 입양한 뒤 다툼이 잦자 홍삼농축액에 수십 알의 수면제를 타 먹인 뒤 연탄가스를 피워 숨지게 한 윤모(여·64) 씨와 그의 아들 박모(38) 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살해 의심이 충분한 사유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타게 권유한 보험설계사 유모(52) 씨 등 2명을 사기미수 방조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와 아들 박 씨는 지난 2010년 1월 21일과 28일 사망 시에만 지급하는 보험(사망 시 4억3000만 원 지급) 3개를 계약하고 지난 2010년 2월 10일 새벽 경기 안양시 호계동 자신의 집에서 C 씨에게 수십 알의 수면제를 탄 홍삼액을 먹인 뒤 연탄난로의 뚜껑을 열어 일산화탄소로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향정신성 의약품인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의사에게 허위로 처방받아 서울과 안양 등지에서 분산 구입한 뒤 살해하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찰은 이들로부터 범행 20여 일 전 피해자가 계약한 다른 보험 7개도 지급자를 박 씨로 변경한 사실도 자백받았다.
경찰수사에서 이들은 보험회사에서 동의 여부를 묻는 확인전화에 대비해 미리 보험사 홈페이지에 몰래 접속해 연락처를 박 씨 앞으로 바꾼 뒤 변경신청서에 피해자의 도장을 찍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은 보험회사에서 확인 전화가 오자 피해자 행세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모자가 입양자를 보험살해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피해자에게 홍삼액에 수면제를 60알가량 몰래 타 먹게 한 것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들이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동반자살을 기도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CCTV에서 드러난 연탄 가는 장면과 부검결과를 토대로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원 = 김형운 기자 hw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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