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와 갈등을 빚고 JYJ로 독립한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왼쪽부터).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서울닷컴ㅣ심재걸 기자] 동방신기의 세 멤버 JYJ와 SM엔터테인먼트가 벌여 온 전속 계약 분쟁이 3년 4개월 만에 양측의 합의로 마무리됐다. '합의'라는 의미보다 법원이나 당사자들 모두 '포기'에 가까운 결말이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체력은 바닥났고 '이제 그만하고 제 갈 길을 가자'는 데 뜻을 이뤘다. 이로써 동방신기가 다섯 멤버로 다시 돌아온다는 실낱같은 희망은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3년 동안 이들이 벌인 공방은 가요계 관행을 일정 부분 고쳐 놨다. 전속 계약과 수익 분배의 관행을 바꿔 놨고, 무엇보다 기획사·아티스트 그리고 미성년 아이돌 부모들 사이에 다양한 창구가 마련됐다. 동시에 아이돌 제작자들의 고민인 수익과 투자·분배의 문제가 밖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2009년 JYJ가 SM을 상대로 전속 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주장했던 명분은 13년이라는 계약 기간이었다. 이들은 "지나치게 긴 계약 기간은 정상적인 연예 활동을 침해했고, 수익금 분배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엄연한 노예 계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법원은 계약 기간을 문제 삼으며 JYJ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발빠르게 각 기획사들을 상대로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9년 표준약관이 새롭게 제정됐고, 기획사와 가수의 전속 계약 기간이 관행적으로 데뷔 시점부터 10~13년이던 것을 7년으로 줄였다. 이와 함께 연예 활동에 대한 연예인의 통제권 보장, 수입 증가에 따라 연예인에 대한 분배율이 높아지는 정산 방식 등을 골자로 가이드라인이 세워졌다.
추억 속으로 묻혀진 5인조 동방신기./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현실에서 기획사 운영과 분배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한 기획사 안에 속한 아티스트가 인지도 별 A-B-C 등급으로 나뉜다면 A에서 창출된 수익으로 C를 육성하기 위한 투자가 이뤄지는 게 단순한 공식이다. 연습생 시스템이 견고하게 갖춰진 기획사일수록 막대한 비용이 쓰여진 뒤에야 B그룹, A그룹의 위치로 오르게 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 관계자는 "가수가 수익을 내는 위치에 도달하게 되면 분배 과정에서 회사와 미묘한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A라는 가수는 땀 흘린 만큼 파이를 가져가려고 하고, 회사로서는 그동안 A에게 투자된 비용만큼 또 다른 신인을 위해 쓰여질 여유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분배의 문제는 가수와 소속사가 끊임없이 줄다리기하는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장기 계약을 맺더라도 정기적으로 내용을 갱신하면서 전략적인 동거를 유지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에 따라 동방신기의 사태처럼 커지거나, 타협점을 찾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동방신기 사태 이후 계약과 관련해 소속사 별로 법무팀의 할 일이 확대되고, 정산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에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또 대형 로펌들이 잇따라 엔터테인먼트 전문팀을 꾸려 가는 추세이며 가수들도 변호사를 대동해 계약 조항을 꼼꼼하게 살핀 뒤 도장을 찍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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