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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맞수이자 각종 특허분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애증의 관계인 삼성전자와 애플 사이의 8년 전 밀월(?) 스토리가 공개됐다.
황창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단장은 29일 서강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대학생·청년 구직자 대상 토크콘서트에서 지난 2004년 12월 당시 애플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자신을 초청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2004년은 황 단장이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을 맡고 있었을 당시로,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기 2년여 전이었다. 당시에는 단순 MP3 기능만 갖춘 아이팟이 주력 제품이었다.
황 단장은 "애플은 2002년 아이팟으로 잭팟을 터트렸지만, 2년쯤 지나자 잦은 고장과 배터리 용량 한계 등으로 고객 불만이 심해져 곤란을 겪고 있던 시점이었다"며 "그에 따라 스티브 잡스는 그때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뿐 아니라 아이TV, 아이클라우드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는 화이트보드에 직접 깨알같이 글을 써 내려가며 황 단장에게 자신과 애플의 미래를 설명했다고 한다.
잡스가 황 단장을 초청한 곳은 개인 별장이었다. 황 단장은 "잡스가 내 호감을 사기 위해 그곳에 방문한 외부 인사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이후 내가 두 번째라고 말하더라"고 회고했다.
'제품'을 만드는 애플과 '부품'을 만드는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기업 규모를 떠나 '갑'과 '을'이 분명한 관계였다. 당연히 잡스가 '갑'이고 황 단장이 '을'의 입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잡스가 부품공급사의 담당 임원을 자신의 별장으로까지 초대해 비전을 상세히 설명한 내막은 무엇일까.
답은 명확하다. 당시 잡스에게 '비전'은 있었지만, 그가 이끄는 애플은 그의 '비전'을 '제품'으로 현실화시킬 능력이 없었다.
황 단장은 "애플이 처음 시작할 때 플래시메모리, 퓨전 메모리, 모바일D램,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이는 모두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솔루션이었다"고 말했다.
애플의 수장과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책임자가 만난 지 2년여 뒤인 2007년 1월 '아이폰'이라는 괴물이 애플 로고와 삼성의 두뇌를 달고 세상에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념'으로만 존재했던 스마트폰 시장이 '현실'로 열렸다.
대신 삼성전자 제품부문은 오랜 기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고전하다 4년이 지나서야 겨우 애플을 다시 넘어설 수 있었다.
황 단장은 "2004년 12월 6일 나와 잡스가 담판할 당시 애플의 매출은 삼성의 10분의 1밖에 안됐지만, 지금은 매출이 삼성을 넘어섰고, 이익은 3배에 달한다"며 "대단한 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