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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미이라실체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3.01.15일 11:25
● 정호원(연길)

아버지는 여느 촌민들과 마찬가지로 토장을 했다가 면례를 했다. 1990년 1월 14일 타계한 아버지를 2001년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면례로 부모님을 합장했다. 하여 미이라로 보존되기는 글렀다. 허나 추모의 허허벌판에서 부친은 늘 생동하면서도 영원한 미이라로 계신다.

고대 애급인들은 시체처리방식에 따라 향유를 바르거나 다른 방법 등으로 오래 보관할수 있도록 처리된 미이라를 만들었다.시대에 따라 처리과정이 다양했지만 내장을 제거하거나 제거하지 않았지만 썩지 않게 잘도 보존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체에 송진을 발라 마포로 싸는 과정만은 항상 일정했다. 애급외에 카나리아제도의 구안체인(人)과 뉴기니, 오스트랄리아 사이의 토러스해협 연안에 사는 부족, 남아메리카의 잉카인들도 미이라를 만들었다. 1991년 해발 3200메터의 알프스산맥 티롤의 빙하지대인 Otztal 계곡에서 얼음에 싸여 바짝 마른 미이라형태로 돼있는 태고때의 원시인 시체 한구가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난 매년 청명과 추석에 환고향하면 선참으로 조상의 산소를 찾는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추념은 늘 나를 괴롭히고 분발을 힌트하기도 한다. 구천을 우러러 고인을 되뇜이 괴롭고 부성애를 재생할 땐 힘이 생긴다. 어버이들이 누워계시는 선산이 미이라를 보존한 박물관으로 안겨옴이 그래서 당연하다겠다. 알프스산맥에서 발견된 원시인의 미이라가 세계 이슈로 나도는 가운데 나는 문득 내 가문에도 그런 전대미문의 미이라가 보존됐구나 하는 느닷없는 발견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아버지는 방부제도 어떠한 약물처리도 하지 않은채 아직도 생생한 프로필로 액틀모습처럼 나를 지켜보신다.

2012년 1월 14일은 바로 아버지의 기일제이다. 기제사랬자 곡소리나 분향은 없다. 그저 고요히 시간을 죽이며 어버이의 은혜를 머금을따름이다. 키보드를 치며 가친님의 숨결이 들려오는 소리에 서재 중앙벽을 앙시한다. 1980년 11월 24일에 찍은 어버이의 흑백유상이 유심히 나를 굽어보신다. 원시인의 미이라가 남긴 유물을 과학자들은 세밀히 파악했다. 아버지의 유품은 그에 비하면 꽤 현대적이고 구전하다겠다. 그런만큼 내 가문의 미이라는 무시로 연구가 가능하고 참배가 신통한셈이다. 아버지의 일기책과 옥편, 회중시계, 족보만 봐도 이를 립증하고도 남는다. 난 평소에 아버지의 지문이 깃든 옥편과 회중시계, 족보를 곧잘 만지작거린다. 색이 바래진 종이장이고 중고품같은 시계지만 가친님의 애용품인 전가지보이기에 소중히 다룬다. 고인의 피부를 다시 느끼는 촉감이 여전하다.

내가 만약 과학자여서 아버지의 유체를 미이라로 해부한다면 맘의 상처부터 밝혀낼것이다. 동란의 금혁지세에 입은 상처는 보이지 않는 허물로 생채기를 남겼다. 앙급자손(殃及子孫)이란 말을 떠올린다. 중중농의 성분딱지는 조부의 강제퇴학명령처럼 가친의 한생을 지지리도 찌물퀐다. 윤동주모교를 2년 선배로 졸업한 향학열이 중학교로 진학할 기회를 포기해야 했는가 하면 빈하중농선전대와 해방군공작대들에게 기시를 당하고 체신에 맞지 않게 알은체해야 했다. 조부가 아버지를 3대 장손이기에 4촌 동생들의 월사금을 벌라며 강박적으로 중퇴시켰고 《로삼편》을 읽던 나날엔 구척장신을 몇뼘은 줄여야 했다.

아버지는 생전에 서인(庶人)으로 살았고 역시 평민으로 하늘나라를 떠나셨다. 하다보니 귀중한 선물이거니 위대한 기념물은 없다. 대신 세대교체적이고 가족적인 련대성 성총에서는 꽤 오롯한 유산을 남겼다. 생전에 베풀어주신 부성애의 할애인상이 제일 소중한 재부이다. 오늘 아버지의 기제사에 특히 알프스산의 원시인 미이라를 떠올리면서 아버지의 실체를 더 절감하게 됨을 어쩔수 없다. 과학자들은 원시인의 유품으로 추정되는 두가지 부시깃을 출혈을 멈추게 하기 위한 의료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였을것이라고 보았다. 구리로 만들어진 도끼날을 리용한 도끼를 소지한것으로 보아 이 원시인은 부족에서 위치가 상당히 높았던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역시 생전에 부시돌의 불을 솜에 켜던 기억이 잠간 있다. 성냥이 떨어지고 라이타 휘발유가 없을 경우 간혹 부시깃을 사용했던것 같다. 아버지의 기제사에 부시화제를 꺼내니 추모의 불꽃이 명멸하는걸 분명 보고있다. 호미, 낫, 삽, 괭이를 도끼와 함께 잡고 일년사시절 밭을 다루었고 나무하러 오봉산, 노루바위, 만진기, 사시평으로 다니셨다. 당년의 로동연장과 초부도구들이 미이라의 영원한 소지품으로 매김될줄이야...사람은 가도 자취는 남고 열매는 져도 향기는 남는다. 조부는 76세, 조모는 84세, 가친은 78세, 모친은 75세로 각각 향년을 보냈다. 평균수명을 따질 때 가히 나의 생명시간도 집계가 나오지 않나싶다. 그런 시공간을 넘나들며 충성과 추모를 이효상효(以孝傷孝)처럼 덧붙일가 한다.

불가사리 미이라로 영존할 가친님의 장구한 명복을 빈다. 이런 소망으로 경주 정씨의 충효가성(忠孝家聲)의 조형력을 보천솔토(普天率土)에 넘치게 이룰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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