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발탁' 박 당선인으로부터 전화 올라
[이데일리 김상욱 김성곤 기자]전직 고위관료 A씨는 요즘 휴대폰을 끼고 산다. 사우나에 들어갈때도 휴대폰 볼륨을 최대한 높인 후 비닐에 고히 담아 구석 한켠에 놓는다. 최근 박근혜 당선인이 주요 인사를 공식 발표하기 전엔 반드시 해당자에게 전화로 직접 통보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A씨는 박근혜 당선인을 잘 알지 못한다. 새 정부의 조각작업을 주도한다는 친박 핵심실세들과도 별다른 교분은 없다. 그런데도 기대감을 접을 수 없는 건 최근 인선 과정을 볼때 자신도 충분히 장관 후보군에 들어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자신이 장관 후보자로 언급된 기사가 뜬 적이 있다는 한 지인의 전화 연락에 급하게 인터넷으로 자신의 기사를 검색해보기도 했다. 일부 지인은 “내가 그 쪽에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연결해볼까”라며 적극적이다. A씨는 그럴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김칫국 마시지 않겠다”며 타박을 준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에이 설마, 추측성 보도겠지”라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해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박 당선인이 대선 이후 각종 인사에서 일면식도 없던 인사들을 전문성 위주로 깜짝 발탁했다는 언론 기사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장관 출신 B씨는 요즘 자신의 최신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한숨만 절로 나온다. 얼마전 휴대폰을 바꾸면서 오랫동안 사용하던 번호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연결 서비스를 신청하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때문에 영 불편하다.
전 국회의원 C씨는 며칠 전 운전을 하다가 전화를 받지 못했다. 확인해보니 발신번호 표시제한이 찍혀있는 게 아닌가. A씨는 당선인의 전화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했다. 주변을 수소문한 끝에 알아낸 사실. 당선인이 전화할 때는 발신표시제한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제서야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랜만에 다시 사우나에 들른 그는 휴대폰과 비닐을 꼭 챙긴다.
친박이든 월박이든 정치인은 물론 전현직 고위관료, 명망 있는 교수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들중 상당수는 은근히 반가운 소식을 기다리는 것 같다. 언제 어디서든 이런 메시지가 들려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박근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