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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사는 새옹지마

[중국조선족문화통신] | 발행시간: 2009.08.12일 23:57
중국의 고서 《회남자·인간훈》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여있다.

북방의 오랑캐족과 경계선을 이루는 한 변새(邊塞)에 한 로옹(老翁)이 살고있었다. 어느날 이 로옹이 소중히 키워오던 암말 한필이 오랑캐땅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러자 마을의 이웃들이 화를 당해서 참으로 안됐다고 했지만 로옹은 별로 슬퍼하는 기색이 없이 《그게 복(福)이 될지 누가 아는가?》고 대꾸했다.

며칠후 도망쳤던 그 암말이 오랑캐의 좋은 숫말 한필을 데리고 돌아왔다. 이 말을 들은 동네사람들이 몰려와서 《큰 복이 굴러들어왔다》고 축하인사를 하자 로옹은 별로 기뻐하는 기색이 없이 《이것이 장차 화(禍)가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하고 대꾸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랑캐의 숫말을 타고다니던 로인의 아들은 그만 말에서 떨어져 발목이 부러져 절름발이가 되였다. 동네사람들이 또 위로의 말을 하자 이 로옹은 《이것이 오히려 복이 될지도 모르지요》하면서 조금도 슬퍼하는 기색을 나타내지 않았다. 얼마후에 오랑캐와의 전쟁이 일어났다. 마을의 모든 장정들이 징집되여 전쟁터에 나가 싸우다가 열에 아홉은 전사하는 일이 생겼지만, 이 로옹의 아들만은 불구자로 판정되여 병역에서 면제된 결과 전쟁터에 나가지 않았으므로 부자(父子)가 모두 생명을 보전하게 되였다.

이래서 《복속에 화가 숨어있고 화속에 복이 숨어있다》는 말도 있거니와 세상 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고 두고 많은 교훈을 준다. 무릇 세상 만사는 잃으면 얻는 법이요, 얻으면 잃는 법이니 새옹(塞翁)처럼 잃었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고 얻었다고 기뻐할 필요도 없다.

지난 8월 9일 《길림신문》제1면의 톱에는 《연길사람들 앞다투어 해외로무길에》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연길에는 세가지 괴상한 현상》이 있다고 한다.

《우선 이곳의 물가가 대단히 높다. 연길 출근족들의 평균로임이 700원좌우뿐이나 상점의 물건들은 대부분 아주 비싸다. 복장을 례로 든다면 조금 눈에 뜨이는것이면 한벌에 700∼800원, 한달 로임과 맞먹는다. 그래도 소비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다음 이곳에서 제1산업은 별로 발달하지 못했지만 제3산업은 아주 륭성발전하고 있다. 연길 곳곳에 가무청과 음식점이 널려 있는 것이 바로 그 증명이다. 셋째, 이곳에서 택시기사들은 아주 행복하다. 연길시 인구가 40만이 되나마나함에도 택시는 손님이 그칠새가 없다. 하여 누군가 택시를 즐겨 타는 연길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형용한다. 할머니가 콩기름 한근 사러 가도 택시를 탄다. 연길사람들은 무슨 돈으로 이토록 멋들어지게 사는가? 출국해서 벌어온 돈이 바로 그 원천이다……연길뿐만 아니라 옹?! ? 연변에서 로무송출 열조가 일고 있다. 먹고 입는 것을 제하고도 한달에 5000원∼1만원씩 남으니 방법을 다해 출국하는것이다. 은행측의 불확실한 통계에 따르면 국외 로무일군들이 매일 평균 10만딸씩 부쳐오는데 지난 한해에 연변주에로 부쳐온 돈이 2.45억딸라, 즉 20억 인민페에 달해 주 재정총수입보다 4억원 더 많았다.》

확실이 연변사람들은 출국바람에 많은것을 얻었고(주로 돈), 다른 고장사람들의 눈에는 아주 《멋들어지게 사는 복있는 사람》들로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얻은것속에 잃은것은 없고, 이 복속에 화는 숨어있지 않단 말인가? 대답은 《노우》가 아니라 《예스》이다.

지난 7월 중순경에 필자는 장춘에 가서 대학 입시 채점을 한적이 있다. 길림성내의 조선족 응시생 4,400여명중에 대부분이 연변의 응시생들이였는데, 적어도 2000명에 가까운 응시생들이 작문에서 해외로무바람으로 인해 부모(특히 어머니)와 함께 살아갈수 없는 고통스러움을 하소연하였다.

《…개도 안먹는 돈, 돈이란 무엇이길래 어머니와 생리별하여 일년 365일 눈물과 그리움과 동무해야만 하나요? 이제는 그리움보다는 어머니가 원망스럽고 저주스럽기까지 해요… 》

《…어머니가 한국으로 돈벌러 떠나던 그해는 제가 11살이였어요. 어머니와 생리별을 한지도 옹근 8년이란 세월이 흘렀어요. 8년항전을 지구전이라고 력사교과서에서 배웠는데,우리 집 8년 리산의 〈지구전〉은 언제가면 끝나는가요? 인생에 8년같은 세월이 몇번이나 더 있을수 있어요? 돈도 싫고 어머니가 늘 인편에 보내는 옷도 싫어요. 랭수에 밥만 말아먹어도 좋으니 어머니 인제는 그만 돌아와 주세요…》

이런 피눈물 어린 사연이 담겨있는 작문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읽어내려가고있노라니 80여년전에 《아이들을 구하세요!》라고 한 로신선생의 웨침이 방불히 필자의 귀전에서 메아리 치는것만 같았다. 어디 아이들뿐이고 연변뿐이랴. 우리 민족의 어른들도 마찬가지이고 전반 우리 중국조선족이 리산아픔을 겪고있다. 흑룡강의 중견작가 강효삼씨의 《고독이기기》(2001년 《연변문학》 제8기)의 한단락만 인용해 보기로 하자.

《두 대학생의 뒤시중 때문에 나의 적은 로임으로 어림도 없어 안해가 밖에 나가 품팔이로 나돈 지도 어언 8년이나 된다. 그 동안 반반한 집 한 채 있었던것도 팔아서 학비로 충당하고 지금은 집 살 돈도 없거니와 부부가 한국 가며 비워둔 집들이 많아 남의 집 봐주는 대가로 세 없이 살면서 나는 지금 홀애비가 아닌 〈홀애비〉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것이다.참말 홀애비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지금 우리 족속에겐 어찌하여 홀애비가 그리 많은지.장가 못간 총각들과 리혼한 사람들은 내놓고라도 자식들을 위해 돈을 벌러 한국으로 로씨야로 일본 등 기타 나라로 떠나간 부모들이 많고나니 〈과부〉도 많고 〈홀애비〉도 많은 사회로 되였다. 가뜩이나 한많은 아리랑의 족속들에게…》

우리 민족의 수많은 아이, 어른들이 지금 한창 고독과 힘겨운 전쟁을 하고있다. 강효삼씨의 말마따나 《고독을 견뎌낸다는것이 말이 쉽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것 또한 고독이다.》오죽하면 불교에서마저 애별리고(愛別離苦), 즉 사랑하는 대상과의 리별의 고통을 인생의 여덟가지 가장 아프고 쓰라린 고통―팔고(八苦)중의 하나로 꼽았겠는가.

지금 중국의 조선족은 2백20만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이중에서 약 15%좌우가 류동을 하고 있는데 약 30만정도가 될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30만은 사실 우리 민족중의 가장 생산력과 생식력을 가지고 있는 중청년계층이다. 이러니 우리 민족의 실체가 흔들리지 않을수 없다.

우리 민족은 해외 로무 바람으로 인해 많은 것을 얻고 있음과 동시에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리별의 아픔외에도 해외 로무 바람으로 인한 도덕성의 추락, 리혼률의 급증과 가정의 파탄, 편부모나 부모부재로 인한 아이들의 일탈과 비행소년이나 소녀들의 급증, 산업구조의 기형적 발전과 그에 따르는 민족경제기반과 민족 집거구의 뒤흔들림…… 이런 잃음들이 어떤 최종적인 결과와 이어지겠는가 하는것은 생각만 해도 무서워 난다.

우리 속담에는 《산돼지 잡으러 갔다가 집돼지 놓친다》는 말이 있고, 중국속담에는 《깨알을 줏다가 수박을 놓친다》는 말이 있다.

우리 민족이 나날이 거세차게 불어치는 해외 로무 바람가운데서 《산돼지도 잡고 깨알이나마 줏더라도》 제발《집돼지를 놓치거나 수박을 놓치는 우(愚)》는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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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7월 연길시 출생.

1978년 연변대학 입학,1991년 박사학위 취득.

현재 연변대학 교수,박사생도사.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십여권의 학술저서,번역서,소설집,수필집 출간.

kuanxi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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