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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자사고 전교1등 ‘카톡’ 글 남기고…

[기타] | 발행시간: 2013.03.28일 08:15
[한겨레] 경북서 학교 다니다 부산집 와 투신

자살 직전 어머니에 카카오톡

“이제 더이상 못 버티겠어요”

학교쪽 “평소 특이한 점 없어”

중학교 성적이 석차 상위 2% 안에 들어야 입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경북지역 자율형사립고에서 전교 1등도 했던 고교생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5일 오후 4시37분께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권아무개(16·고2)군이 바닥에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아파트 20층 옥상에는 권군의 옷과 신발, 휴대전화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권군은 투신하기 직전인 오후 4시34분께 어머니에게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으로 “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이제 더이상 못 버티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죄송해요”라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 앞서 오후 3시19분께 아파트 폐회로텔레비전(CCTV)에는 권군이 혼자서 승강기로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는 모습이 찍혔다. 권군의 집은 바로 옆 동이다.

학교·경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권군은 경북지역 고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점심 시간인 낮 12시20분께 가방을 둔 채 학교를 빠져나왔다. 택시와 시외버스를 갈아타고서 집이 있는 아파트로 갔다.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던 권군은 집에 돌아온 주말인 23일에는 아버지와, 24일에는 어머니와 등산을 다녀왔다.

지난 22일 학교에서 벌인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권군은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상담전문교사가 있는 학교 위클래스(상담실)에서 상담한 적도 없었다. 1학년 때인 지난해 3~5월 정서행동특성 검사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대학생인 형과 함께 자랐으며, 평소 말수는 좀 적었다고 한다.

관할 교육지원청 교수학습지원과장은 “자신의 위치를 고수해야 한다는 공부 부담감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측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자살 등을 깊이 살펴온 임성무 천주교 대구정의평화위원회 교육분과장(교사)은 “우리나라 경쟁교육에 시달리는 학생의 직접적이고 압축적인 유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2011년 졸업생 450여명 가운데 서울대 30여명, 연세대 30명, 고려대 40여명이 합격해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자율형사립고다. 권군은 전교 석차 10위 안에 드는 성적을 유지했다. 지난해 입학 땐 450여명 가운데 150등 수준이었는데, 성적이 많이 올랐고 지난 13일 모의고사에서는 2학년 인문계에서 1등을 했다. 1학년 땐 학급 반장이었고 2학년에 올라와서도 부반장을 맡았다. 학교 기숙사에서 지냈으며, 다달이 넷째 주말에 2박3일 일정으로 부산 집에 다녀갔다고 한다. 이 학교는 전교생 1380여명 가운데 220명가량이 방학 때도 기숙사에서 지내며 공부한다.

이 학교 교감은 “권군은 평소 주변에 힘들다는 내색도 하지 않았고,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 학교 친구들이 갑작스런 권군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급성 우울증 때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권군은 평소 우울증 증세가 없었고 우울증 진료나 상담을 받은 적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12월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대구 중학생(14)이 목숨을 끊은 이후, 학교폭력이나 성적 스트레스, 가정 문제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고교생이 대구에서 14명, 경북지역에서는 권군까지 12명에 이른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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