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초롱 기자] 숙주는 녹두를 하루 정도 물에 담가 불린 후 시루에 담아 보자기를 덮어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 뒤 수시로 물을 주어 재배하는 나물이다.
원나라 때의 문헌에 두아채(豆芽菜)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 지금의 숙주나물과 동일한 방법으로 재배, 사용되어 원나라와 교류가 많았던 고려시대에 들여온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시대 때부터 녹두나물이 아닌 숙주나물로 불리였다.
신숙주는 세종으로부터 어린 세손(단종)을 잘 보필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고명대신 이었으나 세조의 설득을 뿌리치지 못하여 세종의 부탁을 저버리고 변절하여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동참 하였다. 신숙주는 세조를 보좌해 승승장구 영의정까지 올랐으나 신숙주에겐 변절자라는 불명예가 씌워졌다.
이러한 신숙주의 절개가 나물 중 변질이 가장 잘되는 녹두나물과 같다고 하여 신숙주의 이름을 빗대 ‘숙주나물’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또한 녹두나물로 만두소를 만들 때 짓이겨서 하는 것처럼 신숙주를 짓이기는 백성들의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한다.
녹두를 나물로 기르면 녹두에 비해 비타민A가 2배, 비타민B는 30배, 비타민C는 40배 이상 증가하며 단백질은 분해되어 아르기닌, 아스파라긴산 등의 비단백질로 변하고 당질의 양은 급감한다.
숙주나물에는 여러 가지 비타민이 풍부하여 피부미용에도 좋지만 비타민B6는 체내의 독소를 배출시키는데 탁월하여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나 담배연기 등이 주요 오염원인인 카드뮴의 함량을 낮춰준다.
1998년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중금속의 일종인 카드뮴에 만성중독된 실험용 쥐에게 숙주나물의 즙을 투여한 결과 카드뮴 중독으로 증가된 혈청 및 간 조직의 효소활성을 저하시키고 간장과 신장의 카드뮴 함량을 감소시켰다고 한다.
요즘에는 숙주나물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봄이나 여름철 어른의 생신 날 아침상과, 돌날 점심에 손님들이 받는 국수상에 올리던 반찬이었다고 한다.
숙주나물은 비빔밥이나 육개장, 쌀국수, 만두, 순대 등의 주요 재료로 쓰이기도 하며 볶음으로 많이 이용된다.
가장 흔하게 만드는 숙주나물은 숙주나물을 물에 삶은 뒤 물기를 없앤 후 갖은 간장 혹은 소금, 양파, 참깨, 후추, 다진 마늘, 참기름 등의 갖은 양념으로 무치면 완성된다. 또한 마늘 넣고 볶다가 숙주나물과 팽이버섯을 넣고 굴소스 혹은 간장, 설탕, 참기름, 깨소금, 마늘 등 넣고 볶아주면 숙주팽이볶음이 된다.
숙주는 물에 담가 두면 더 통통해지는데 물에 담근 숙주를 건져 팬에 볶다가 부추, 소금, 후추, 청,홍 고추 청주 넣고 볶으면 숙주팽이 볶음이 완성된다. 이 외에도 제육숙주볶음. 숙주김치국수. 콩나물국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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