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낮(한국시간 8일 새벽)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처음 조우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웃음 가득한 얼굴이었다. 격의 없이 친밀함을 드러낸 두 정상은 서로 예정에 없던 사적인 대화를 나눌 정도로 회담 분위기가 밝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나고 오찬 직전 박 대통령에게 백악관 내 로즈가든 옆 복도를 산책하자고 제안했다. 두 정상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통역 없이 복도를 10여분간 걸었다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전했다. 두 정상은 가족관계 등 개인사와 관련된 여러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미 행정부에는 박 대통령을 존경(admire)하는 분이 굉장히 많다”고 말을 건넸다. 박 대통령은 오찬회담 시작부에 “오바마 대통령 이름 중 ‘버락’은 스와힐리어로 ‘축복받은(blessed)’이란 뜻인데 제 이름의 ‘혜’자도 축복이란 의미다. 우리 둘은 이름부터가 상당히 공유하는 게 많다”고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브이(V)’ 글자를 만들어 보였다. 윤 장관은 “처음 대면한 분들이라기엔 너무 가깝고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인들이 한국 문화에 매료당하고 있다. 아까 박 대통령에게 말했는데 우리 아이들이 나한테 강남스타일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또 “내일 박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하는데, 이건 가까운 친구에게만 제공되는 영예”라고 했다. 그는 우리말로 ‘환갑’을 또렷이 발음하며 “한국에서 60세 되는 날은 ‘환갑’이라는 특별한 날이라고 들었다. 한·미 동맹 60주년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박 대통령에게 두 손 악수를 건넸다. 정상회담에 참석한 조 바이든 부통령은 자신의 한국계 여성 보좌관을 데리고 와 박 대통령에게 소개했고, 러시아를 방문 중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참석하지 못한 사정에 대해 양해를 바라며 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합니다”라는 친필 서한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부부에게 은제 사진액자와 나전칠기 반상기 세트, 한국요리 책자를 선물했다. 윤 장관은 “미셸 여사가 김치도 만든다고 해서 선물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숙소인 블레어하우스에 머물면서 1965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가 투숙했을 때 사인한 방명록을 발견하고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고 윤 장관은 전했다.
워싱턴=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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