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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업고서라도 출근하라고요?… 育兒서적의 반란

[기타] | 발행시간: 2013.05.15일 03:05

일러스트=유재일 기자

[컬처 줌인] 채찍에서 격려로 변화하는 육아 서적

아기를 위해 희생하라 - "세 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기존 베스트셀러 육아 서적 '엄마 헌신=아기 행복' 강조

'母性 신화' 강조에 반기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행복한 엄마가 곧 좋은 엄마" 엄마의 행복을 다룬 책 늘어

육아 트렌드도 변화 - 엄격한 육아 방식 '타이거 맘'서

엄마의 삶 중시 '프랑스 맘'으로… 육아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

다섯 살 난 아들을 둔 워킹맘 정혜은(34)씨는 최근 집에 있는 육아책을 몽땅 재활용 쓰레기로 내다 버렸다고 했다. 이유는 이렇다. "직장 다니면서 아이 키우기 힘들 때마다 육아 서적을 사 읽었어요. 그런데 제가 산 육아책엔 온통 겁주는 내용뿐이더군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노력해야 아이가 똑똑해진다느니, 태어나고 3년 동안 엄마가 온전히 키우지 않으면 아이가 망가진다느니…. 직장 다니는 여성은 애 키울 자격이 없다, 결국 이런 얘기인 것 같아서 이젠 안 읽으려고요."

영국 심리학자 존 볼비(Bowlby·1907~1990)가 소위 '애착 이론'을 정립한 이후로 '0~3세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건 오랫동안 현대 육아의 '움직이지 않는 정설'이었다.

엄마표 육아의 힘, 엄마의 역할을 강조하는 육아책이 쉬지 않고 쏟아졌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엔 엄마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못해 엄마를 겁주는 육아책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엄마 헌신' 강요하는 육아책

임신 8개월째인 동시통역사 백은경(32)씨는 작년에 한 스님이 쓴 베스트셀러 육아 서적을 읽고 한참 마음 앓이를 했다. "엄마가 밖으로 돌면 아이가 제대로 못 큰대요.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가야 한다면 아이를 업고 다니라더군요. 이 말에 상처받는 건 저 혼자뿐인 건가요?"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잘 팔렸던 육아 서적들은 엄마의 능력과 헌신을 강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엄마는 최소 3년 동안 하루 3시간 이상 아이를 돌봐야 하고 3일 이상 떨어져 지내면 안 된다며 '333 법칙'을 내세우기도 했다. 엄마 체취를 많이 못 맡거나 엄마와 함께 잠들지 않는 아이일수록 제대로 크기 어렵다는 내용도 적지 않다. 요컨대 '아기 행복'을 위해 '엄마 행복'은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은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책에선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데, 난 대체 뭔가'하는 자괴감과 불안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강연할 때 종종 '육아책 너무 많이 읽지 말라'고 말한다"고 했다.

◇모성 신화(神話)에 반기 들다

'반격'이 시작된 건 작년 말부터. '위즈덤하우스' 편집자 최은하씨는 "요새는 엄마의 행복을 중시하는 책이 더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작년 11월 '엄마가 행복한 육아'라는 책을 펴낸 EBS 강영숙 PD도 "엄마 탓만 하거나 모성(母性) 신화만 강조하는 기존 육아 서적에 대한 반발로 집필을 시작했다"며 "엄마의 헌신만 강조하는 육아책의 선정성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나온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같은 책의 메시지도 비슷하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아이만 키우는 데만 열중하지 말고 엄마 자신부터 키워라.' '너무 잘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고 말한다. 이 소장은 "행복한 엄마가 좋은 엄마이고, 육아의 짐을 같이 나누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는 인식이 퍼져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타이거 맘→북유럽·프랑스 맘

육아 트렌드를 움직이는 키워드도 살짝 달라졌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육아 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타이거 맘'이었다. 엄격하게 자녀를 통제하는 엄마를 일컫는 말로 중국계 엄마이자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 에이미 추아가 펴낸 책에서 시작됐다. 그 뒤를 잇는 키워드는 자녀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유대인 엄마'였다. 하지만 최근엔 '북유럽 엄마' '프랑스 엄마'가 화두다. 강 PD는 "타이거 맘이나 유대인 엄마가 부모 개인의 능력에 치중했다면, 북유럽 엄마나 프랑스 엄마는 반대로 사회가 함께 육아를 책임지는 곳에서 여유롭게 아이를 키우고 삶의 조화를 찾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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