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반납하고 사무실 초청 헬기 타고 날아가 궁궐 만찬
李는 "중국산 반덤핑 불만"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로부터 이례적인 환대를 받았다. 유럽연합(EU) 최강대국인 독일마저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리 총리는 그러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메르켈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독일을 방문한 리 총리를 접대하기 위해 휴일까지 반납하고 리 총리를 사무실로 초청했다고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헬리콥터를 타고 베를린에서 북쪽으로 70㎞ 떨어진 영빈관 메제베르크궁까지 날아가 리 총리에게 만찬을 베풀었다. 메르켈 총리는 27일에도 리 총리와 조찬을 함께 했다. 환구시보는 "리 총리가 받은 예우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대통령도 누려보지 못한 환대"라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처럼 정성껏 리 총리를 맞은 것은 독일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독일 승용차를 사지 않을 경우 관련 산업이 받을 충격은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으로서도 경제 성장을 위해 독일 제조업과 과학 기술의 도움이 절실하다. 리 총리가 첫 해외 순방 일정에 EU 국가 중 유일하게 독일을 포함시킨 이유다.
리 총리는 이번 방문 기간 중국의 속내를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26일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이동통신 제품에 대한 EU의 반덤핑 조사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메르켈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는 전세계에 보호무역주의 부활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해칠 뿐 아니라 유럽의 산업, 기업 활동, 소비자들에게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 총리는 무역규제 조치를 남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것을 주문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도 중국과 EU의 무역분규 악화에 반대한다며 중국 지지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앞서 이달 초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4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찬성했고 중국산 이동통신 제품을 대상으로 반덤핑 및 반보조금 조사 착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