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호크를 비롯해 F-35 전투기, 패트리엇(PAC-3) 미사일, 이지스 방어체계 등은 한반도 주변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핵심 전략무기들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20개 이상 무기 설계도가 해킹으로 유출된 것은 군사력 약화를 의미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일본도 대북 억지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미사일 방어체계(MD) 핵심 요소 유출=미 국방부 자문기구인 국방과학위원회(DBS)가 국방부에 제출한 비밀 보고서에는 MD 핵심 요소인 패트리엇(PAC-3) 미사일과 중거리 탄도미사일 요격망인 ‘고고도방어체계(THAAD)’ 등의 설계도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PAC-3의 경우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불거진 뒤 일본 도쿄 등에 배치됐다. 한국 역시 보유 중인 PAC-2를 PAC-3로 개량하는 것을 검토할 만큼 대북 억지력에 중요한 전략무기다. THAAD는 북한 미사일 위협이 한창이던 지난달 미 본토에서 괌으로 이동 배치됐을 만큼 핵심 역할을 하는 무기체계다. 글로벌호크는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이라크 전쟁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지상 20㎞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위성 수준급 무인정찰기로 대당 가격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미국으로부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무기다.
해킹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국은 1년 전쯤 중국 관리에게 4시간에 걸쳐 몇 가지 해킹 사례를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제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해킹이 중국군 현대화의 핵심?=신문은 중국군 현대화의 핵심은 장기적이고 광범위하게 미국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이버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국가안보평가서(national intelligence Estimate)는 최근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훔치는 가장 활발한 국가로 중국을 지목하기도 했다.
해킹으로 중국이 볼 이익은 다양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과 분쟁 발발 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또 고성능 무기를 수십억 달러의 개발비를 안 들이고 확보할 수 있다. 지난 1월 시험비행을 한 중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샹룽(翔龍)’은 글로벌호크와 모습, 제원, 기능 등이 유사해 이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10년 전만 해도 인민해방군의 무기는 군사박물관과 같이 낙후됐다며 비아냥댔으나 이제는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을 비롯해 키이스 알렉산터 국가안보국(NSA) 국장은 중국의 해킹 수법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