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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 인해전술 외교

[기타] | 발행시간: 2013.05.29일 00:24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세계 누벼 … 정상회담 이틀에 한 번, 장관급은 하루 6회

중국이 외교 현장에서 발에 불이 나도록 뛰고 있다. 선두에는 외교부가 아닌 지도자들이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신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시 주석이 부르짖는 '대국외교'다.

 지난 3월 17일 시 주석 체제 출범 이후 70여 일 동안 중국은 이미 28개국과 정상회담을 했다. 12개 국가는 해외 순방 형식으로, 16개 국가는 초청 회담이었다. 여기에 이달 말로 예정된 시 주석의 미국 등 4개국, 위정성(兪正聲) 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의 덴마크 등 유럽 3개국 방문을 더하면 중국은 다음 달 8일까지 모두 35개국과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 취임 100일도 안 된 신지도부가 이틀에 한 번꼴로 정상회담을 한다는 얘기다.

리커창 “내 사진 1면 톱에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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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태국 등 동남아 4개국 방문(5월 1~5일) 등 지난 70여 일 동안 장관급 외교 활동을 더하면 숫자는 450여 회로 늘어난다. 하루 평균 6번 정도의 장관급 이상 외교활동(해외 공관 활동 제외)을 한 셈이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2007년 3월 출범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중심의 전임 지도부의 경우 출범 세 달 동안 정상회담이 15회를 넘지 않았다.

 양적 외교에 그치지 않고 중국식 외교 스타일을 만든 질적 변화도 새롭다. 지도자들이 의전이나 수사(修辭)에 얽매이기 쉬운 정상외교에서 상대가 알기 쉽고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 비유나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예컨대 시 주석이 지난 3월 러시아 방문 중 모스크바 국제관계학원 연설에서 제기한 신발론(鞋子論)이 대표적이다. 그는 “신발이 맞고 안 맞고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신발을 신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안다고 얘기해도 헛소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 실정에 맞는 문화와 체제가 있는데 이를 모르는 일부 국가가 타국 내정에 간섭한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미국을 겨냥한 말인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말을 듣고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박수를 쳤다.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 성과인 중국과 러시아의 신전략적 협력 관계는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27일 인도와 유럽 등 4개국 순방을 마친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방문 기간 중 독특한 스타일을 구사했다. 그는 인도 방문 기간 중 기자들에게 “내 사진이 내일 자 신문 1면 톱에 나오느냐”고 물었다. 취재 기자들은 폭소했고 다음 달 인도의 대부분 신문에 그의 농담이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리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오랜 앙숙인 인도에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한 의도적 외교 행위였다.

 그는 독일 방문 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유럽 축구 결승전을 관람하며 스포츠를 통한 회담 효과 극대화를 노렸다. 엄숙과 냉정한 모습으로 유명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적 행동이었다.

 마전강(馬振崗)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은 “시 주석 취임 이후 중국 외교는 자신감과 스타일이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특히 영도자들이 해외 외교 현장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해 상대를 설득하는 기풍은 대국외교의 새로운 면모”라고 강조했다. 주펑(朱鋒)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교수도 “시 주석의 경우 자신의 온화하고 넉넉한 외모와 설득력 있는 비유 수사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사는 정상 외교의 신시대를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엄숙 벗고 유머·친근감으로 무장 

아시아를 넘어 세계 질서 전략을 고려한 G2(미국과 중국) 행보도 역력하다. 리 총리는 26일 독일의 포츠담 회담 사적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을 향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승리의 성과를 훼손·부인하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되며 역사를 바로 봐야 한다”며 최근 일고 있는 일본의 침략 역사 부정과 우경화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정상이 해외에서 일본을 향해 이 같은 비판을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며 시 주석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리 총리는 또 24일 스위스 현지 재계 및 금융계 지도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유럽연합(EU)의 무역 제재 움직임이 EU 국가들에도 이롭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도 손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한 EU의 반덤핑 관세 부과 움직임을 겨냥한 경고였다. 무역 분쟁을 예상한 선제공격이다.

 지난 5~10일 중국이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동시에 초청해 중동 평화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자청한 것도 중국의 세계 전략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이스라엘과의 경제협력 강화 조건을 내세우며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에 동의하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주도의 중동 질서에 개입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중국 특유의 실용성도 보인다. 시 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장소가 수도 워싱턴이 아닌 캘리포니아 란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로 결정된 것을 두고 불만보다는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진찬룽(金燦榮)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양국 정상이 휴양지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중국 외교가 틀에 구속받지 않고 유연한 외교를 하겠다는 신호이며,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가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중국식 실용 외교의 일단”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도전장

 중국의 외교 스타일 변화는 시 주석의 쿵탄룬(空談論)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공산당 총서기 취임 후인 지난해 12월 개혁·개방의 시발점인 광둥(廣東)성의 광저우(廣州)를 방문해 “탁상공론은 나라를 그르치고 건실한 실천만이 국가를 흥하게 한다(空談誤國 實幹興邦)”며 형식 타파를 주창했다. 이후 중국 사회는 형식과 권위주의 타파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이 채택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도 이 같은 전방위 현장 외교를 가능케 하는 동력이다. 대통령과 총리에게 집중된 서방 국가와 달리 중국은 국가 정상급 지도자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과 부총리급 지도자들이 분담해서 정상 외교를 하고 있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방송 시사평론가인 바이옌쑹(百巖松)은 “외교활동이 너무 많으면 그만큼 정교함이나 집중력이 떨어져 정확한 외교적 판단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중국 외교는 경제를 앞세운 경우가 많아 외교 전략의 다양성 개발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며 대국외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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