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4선 미셸 바크먼, 풀뿌리 운동으로 한때 돌풍
잇단 말실수, 자금유용 의혹… 결국 내년 선거 불출마 선언
'티 파티(Tea Party)의 아이콘' 미셸 바크먼(공화·미네소타·사진) 하원의원이 내년 선거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티 파티는 2000년대 말부터 확산된 강경보수 풀뿌리 운동을 뜻한다. 바크먼은 한때 공화당 대선 후보 선두로 나서는 등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켰지만, 잇단 말실수에 선거 자금 유용 의혹까지 겹치면서 한순간에 몰락했다.
4선인 바크먼 의원은 29일(현지시각) 자신의 선거운동 웹사이트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내년 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이후의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고심한 결과 이게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바크먼은 이날 동영상에서 "과거 경선 후보, 또는 대통령 참모 시절 활동과 관련한 최근 조사가 불출마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불출마 선언 배경에는 선거 자금 문제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바크먼은 동성결혼·낙태에 반대하고 정부지출 삭감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티파티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2008년 대선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세라 페일린과 함께 '티파티의 여왕'으로 불렸다. 의회 내에서도 강경 보수 성향의 의원 모임 '티파티 코커스'를 이끌며 당 지도부도 쉽게 손대지 못하는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했다. 그는 2011년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이후 공화당의 대선 후보 비공식 모의투표인 '에임스 스트로폴'서 깜짝 1위를 하며 신데렐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가 그의 정치적 정점이었으며,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과격한 발언 등이 잇따라 문제가 됐고, 선거 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2012년 대선 이후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한 연설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최근에는 대선 경선 때 정치후원단체 '수퍼팩'의 선거 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의회윤리국(OCE)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바크먼은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지만 순수한 사람들의 삶을 비롯해 전통 결혼, 가족의 가치, 종교 자유 등을 수호하는 투쟁은 계속할 것"이라며 강경 보수주의자로서 대중 활동은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워싱턴=임민혁 특파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