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 수사 때 설립
[CBS노컷뉴스 감일근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
3일 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에 따르면 전씨는 2004년 7월 28일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 코포레이션'이란 이름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전씨는 이 회사의 단독 등기이사로 등재됐고, 주소는 그가 대표로 있는 서울 서초동의 시공사 주소와 일치한다.
전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시기는 지난 2004년 이른바 ‘전두환 비자금 사건’이 터진 때이다.
당시 검찰은 전 전대통령이 채납하고 있는 추징금을 받아내기 위해 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부인 이순자씨와 차남 재용씨, 처남 이창석씨 등이 보유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발견했다. 또 전 전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 채권 73억5500만원이 차남 재용씨에게 불법 증여된 사실도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이순자씨는 2004년 5월 검찰에 전격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아들 재용씨는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전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시기는 이 사건 직후인 2004년 7월이다. 준비 기간까지 감안하면 전씨가 전두환비자금 조사가 한창 진행되는 시기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추진했다는 것이된다. 전 전대통령의 비자금 수사와 밀접하게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뉴스타파는 전씨가 최소한 6년 이상 이 회사를 보유했고 이와 연결된 해외 은행 계좌로 자금을 움직였다는 정황도 찾아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전 전대통령이 차남 재용씨에게 비자금을 증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장남인 재국씨에게도 어떤 형태든 비자금이 증여됐을 것이란 의혹이 설득력 있게 제기돼 왔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전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찾아내는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페이퍼컴퍼니의 설립 목적은 탈세와 함께 자금 은닉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전씨는 현재 출판사로 잘 알려진 시공사의 대표다. 연 매출 440억 원 정도인 시공사는 지분의 50.5%를 전씨가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부인 정도경, 동생 효선, 재용, 재만이 똑 같이 5.32%씩 갖고 있다.
시공사는 또 출판 관련 회사 십여 곳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일부 회사는 직접 소유하고 있다.
출판계의 큰 손으로 통하는 전씨는 서초동에 시공사 사옥 등 건물 두 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건물과 땅 등을 보유하는 등 드러난 재산만 해도 수백억원 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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