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싱가포르의 국부(国父)'로 불리는 리콴유(李光耀90) 전 총리가 중국이 강경 외교를 할 경우, '화평굴기(和平崛起·평화로운 부상)'를 완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화권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리콴유 전 총리는 최근 발간된 영문판 자서전 '한 남자의 세계관'에서 "중국이 (강경 외교를 펼쳐) 전쟁에 휩쓸리면 내부에서 내란과 충돌이 발생해 혼란이 벌어질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중국은 다시 한번 추락하고 이 몰락은 아주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 전 총리는 이 책에서 "중국이 국력이 신장함에 따라 주변국에 점차 강경 외교책을 펼치면서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주위에서는 ‘중국은 조용히 힘을 기르면서도 다른 나라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란 기대와 ‘중국은 위협적으로 힘을 과시하려 들 것’이란 예상이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전자에 가깝지만 힘은 과시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리 전 총리는 또한 "과거 덩샤오핑(邓小平)이 내건 도광양회(韬光养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지혜로운 해법"이라며 "중국이 다른 강국을 따라잡는데 3~40년의 시간이 필요한만큼 강국을 자극하지 않고 모든 국가를 친구로 삼아야만 중국 내부 문제를 해결한 공간을 확보하고 경제 발전도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의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은 내부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에 처해있으며 외부적으로 돌발적 사태가 발생해도 큰 영향을 받는다"며 "시 주석이 심사숙고해 침착하게 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리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말,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급한 시 주석을 만난 후, "도량이 넓고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같은 급의 인물"이라고 평가했었다.
리 전 총리는 일본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가장 큰 요인은 인구의 급격한 감소"라면서 "일본은 이런 상황에서도 '인종의 순수성'을 고집해 다른 대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이민의 문호를 닫고 개방하지 않는 한 미래는 매우 어둡다"며 "앞으로 10~15년 동안 계속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싱가포르도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지만, 우리는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내가 만약 영어를 할 줄 아는 일본 젊은이라면, 이민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이패드 같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있는 한 미국 경제의 위세는 쇠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양국은 이데올로기 등의 측면에서 첨예한 대립 관계가 아니다"며 "중국은 미국 시장 진입과 투자,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미국도 중국을 장기적인 적대국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리콴유는 과거 말레이시아 산하 자치정부 시절과 독립 싱가포르를 포함해 총 31년간 총리로 재임했다. 인구 530만명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세계 수준의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90년 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정치 자문역을 맡아 2011년까지 활동했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