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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만들어낸 ‘냉혹한 관음증 환자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02.05일 00:58
스마트폰에 빠져 타인의 곤경 방관하는 ‘냉혹한 관음증 환자들’

올해 9월 인파로 붐비는 샌프란시스코 통근 열차에서 한 남성이 저스틴 발데스(20세, 대학생)에게 총격을 가했고 발데스는 숨졌다. 보안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보면 총기를 소지한 용의자는 45구경 권총을 흔들다가 통로 건너편에 조준했다. 혼잡한 열차 안이었지만, 저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푹 빠져 있어서 누구도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다. 호르헤 가스콘 지방검사(DA)는 AP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은밀하게 총을 겨눈 게 아니라 대놓고 총격을 가한 상황이었다. 용의자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아무도 상황을 예의주시하지 않았다. 모두들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뭔가를 읽느라 몰두해 있었다. 주변 상황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최근에 발생한 또 다른 사건에서는 어느 시각장애 남성이 환한 대낮에 필라델피아 인도를 걷다가 공격을 받았다. 이 사건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나중에 보안 영상을 돌려 보니 행인들이 많았지만 사건을 못 본 척 지나가며 아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찰스 램지 필라델피아 경찰서장은 이렇게 행인들이 무관심한 행태가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면서,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하기보다는 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투브에는 길거리나 쇼핑몰, 레스토랑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을 촬영한 동영상이 수백 건 올라와 있다. 2012년 뉴욕 자이언츠 우승 퍼레이드에서 두 여성 사이에 발생한 싸움을 비롯해 이와 유사한 여러 사건에서 구경꾼들이 현장 주변에 모여들어 카메라를 높이 들고 현장을 촬영한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공공장소에서 시민의식만 바뀐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의무감까지 바뀌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우리 앞에 있는 밝은 화면에 집중한 나머지 우리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게다가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미지를 전송하는 것도 쉬워지다 보니 응급 사태를 해결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기록하는 데 집중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Alamy

찰스 램지 필라델피아 경찰서장은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하기보다는 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20세기 초반 유혈이 낭자한 범죄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위지(Weegee, 포토그래퍼 아서 펠릭의 필명)’의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폭력 사건을 촬영하고자 하는 욕구는 근래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카메라 기능이 장착된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이런 상황에서 용납될 수 있는 행동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이제 우리 모두가 ‘위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비상사태가 났을 때 모두가 촬영에 몰두한다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2012년 12월 뉴욕시에서 어떤 남성이 누군가에게 떠밀려 선로에 추락했다. 이 남성은 플랫폼으로 올라오려고 애썼지만 고개를 돌려보니 전동차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결국 이 남성은 숨졌다. 우리가 이 남성의 마지막 순간을 속속들이 아는 이유는, 마침 플랫폼에 있던 어느 프리랜서 포토그래퍼가 이 참혹한 순간을 촬영해 뉴욕포스트에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뉴욕포스트는 다음날 1면에 이 사진을 실었다. 시민들은 타인의 죽음으로 사리사욕을 챙기는 행태에 분노했다. 포토그래퍼는 숨진 남자 근처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구조하려고 하지 않기에 재빨리 휴대전화를 꺼내서 현장 이미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1964년 키티 제노비스가 뉴욕시 거리에서 잔인하게 난자 당한 사건은 ‘방관자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제노비스의 비명을 들은 사람이 많았지만 아무도 밖으로 나와서 그녀를 구출하거나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들은 사람들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또한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가 왜 때로는 타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는가에 관한 흥미로운 사회심리학 연구도 나왔다.

존 달리와 빕 라테인이라는 사회심리학자는 1968년 다양한 응급 상황에서 개인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는가를 실험했다. 이들은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혼자일 때 구조에 나설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

어빙 필리에이빈이 진행한 사회심리학 실험에서 같은 전동칸에 타고 있는 남자(배우)가 몸이 아프다면서 도움을 청하자 행인들은 적극적으로 도왔다. 왜일까? 엘리어트 아론슨은 심리학의 고전 ‘사회적 동물’에서 같은 전동칸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가 공동 운명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해자를 눈 앞에 대면하는 상황에서 도와주지 않고 즉시 모면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총격 사건에서 보듯, 새로운 기기들이 등장함으로써 생겨난 문제점은 우리가 눈 앞의 상황을 직면했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한 의무를 행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의무(타인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기본적인 예의를 표하는 것)는 그렇게 부담스럽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됐을 때 타인의 곤경을 촬영해서 유투브에 올리면 조회수가 얼마나 올라갈까를 생각하지 말고 구조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무관심한 방관자들을 넘어서 냉혹한 관음증 환자들이 넘치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 위험이 있다.

—크리스틴 로젠은 ‘새로운 미국 재단(New America Foundation)’ 소속 연구원이자 ‘뉴 아틀란티스: 기술・사회 저널’ 편집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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